[기자수첩] 토론시간, 30분 VS 2시간
[기자수첩] 토론시간, 30분 VS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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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교총 대강당.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교육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 대표의 한 패널이 이 후보에게 물었다. "실업교육이 중요한데 그동안 정부지원이 너무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 후보 왈 "질문자 고견에 동의합니다. 앞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무상 교육을 추진하겠습니다." 패널이 질문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중장기적인 교육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의 입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이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이 후보는 직업훈련의 중추기관으로 전문대학에 정부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언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가 패널이 실업고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하게 요청하자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패널들의 질문과 후보의 대답으로 이루어진 이날 토론회에 걸린 시간은 30여분.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된 행사였지만 이 후보는 바쁜 일정을 핑계로 서둘러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23일 같은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후보는 2시간 토론회 내내 수시로 땀을 닦아 냈다. "이 후보는 교원정년환원을 약속했습니다. 노 후보는 어떻습니까?" 노 후보는 "국민 대다수가 교원정년을 단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석한 회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노 후보 본인도 토론회를 마치며 "이렇게 힘든 토론회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대통령 후보가 이익단체의 압력에 흔들린다면 이 나라 교육이 제대로 설자리는 없다. 그동안 이런 '사후약방문'식 교육정책 때문에 이 나라 교육이 얼마나 만신창이가 됐는가. 후보의 듣기 좋은 '마스터플랜'에 현혹되어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없는 정책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30분만에 토론회를 마치는 후보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후보. 소신과 성의 있는 교육정책을 가진 후보가 누군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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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이 2002-01-00 00:00:00
좋은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