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 순천향대 교수·창업지원단장)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북한’을 추천하고, 자신의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사까지 한 미국의 투자 귀재 짐 로저스(Jim Rogers)가 최근 한국에 대해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간 한국을 방문하면서 과감하게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야심 찬 청년을 많이 만났는데, 최근 똑똑한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 오랫동안 투자했고 기회를 살펴왔는데, 이제 한국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후 한국 주식에 신규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의 공무원, 대기업 시험 열풍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국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않고 무조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좇을 경우, 조만간 활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고 경고했다.

'한국 청년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데 있어 최대 걸림돌이 뭡니까' 라는 질문에 그는 “한국 부모들입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죠. 어린 아이들이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게 독려해 줘야 합니다. 지금 한국 청년들은 훗날 ‘내가 00을 했더라면’이란 후회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일단 부모님 말씀을 듣지 마세요. ‘대기업 가라, 공무원 하라.’ 부모가 두려워서 하는 말입니다. 부모가 자식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라고 했다.

한국 부모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내가 얼마의 돈을 들여서 어떻게 키운 금 같은 자식인데, 이게 웬 망언인가? 문제는 이 말을 한 사람이 그냥 허풍쟁이나 선동가가 아니라 시장과 돈 냄새를 가장 잘 감지하는 사람이라는 데 있다. 다양한 세계적인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경험한 그만의 통찰력 있는 진단이다.

그러나 그의 말을 청년들이 들으면 시원해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답답하다.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부모님 밑에서 궁한 것 없이 컸는데 그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지금 전공하거나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이 정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부모님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 주도적이지 못하고, 앞서가는 선배들을 보니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신이 나지 않는다. 안정된 곳에 가기도 어렵지만 막상 가보니 사실은 긴 인생을 근본적으로 보장하는 곳도 아니더라는 사실에 더 난감하다.

짐 로저스 말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가장 근본적인 답은 맞는데, 부모님이 또는 주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자신도 두렵기 그지없다. 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이 미래를 통째로 흔든다는데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고 전공한 것은 이미 고물이 돼 버렸다.

두렵고 늦었지만 답은 청년들 자신에게 있다. 두렵고 막연할수록 지금이라도 부모님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집중하고 미칠 수 있으며, 그래야 그 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안정된 곳에 가서 남이 시키는 일 억지로 하다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밀려 초라한 좀비 인생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부모들이여! 금 같은 자식들 이제는 제발 풀어주자. 세상은 이미 그대들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대 자식들은 그대들처럼 직장에 취업해 직장의 이름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광활한 들판에서 그들의 이름으로 들쥐나 벼룩같이 살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의 4차, 5차 산업혁명에서 그들이 행복하게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다. 대한민국 부모들이여 자(子)테크에서 빨리 은퇴하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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