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퇴출 통보를 받은 박근혜가 이제 탄핵열차를 타고 종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파괴하고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민들이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계의 근본 작동원리의 몰이해와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통수권자의 예정된 참사이자 국민적 재앙이 되고 만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를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국정농단은 교육농단이라는 형태로 단순화된다. 헌법에 따라 국민의 보편적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활용돼야 할 교육시스템이 일개인을 위해 사적으로 부정하게 이용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교육계의 고질병인 사학비리가 닮은꼴이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부당한 학점취득 과정에 대학 당국과 교수들이 주도적으로 개입했고,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이화여대와 해당 교수에게 각종 재정지원이라는 특혜로 보답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그동안 교육부가 사학의 비리를 비호해왔다는 의혹 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장면이다. 헌법에 따라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학기관의 책무를 저버렸고 결국 교육시스템의 신뢰가 총체적으로 부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학구조조정으로 대학이 황폐해지고 고등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저들은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정부 정책마저 오로지 개인들의 사사로운 이익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고, 교육부가 거기에 장단까지 맞추며 부역한 것이다. 이화여대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로 교육부는 해체돼야만 할 스스로의 운명을 예고했다 할 것이다. 그동안 부당한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고등교육을 뒷받침해온 5만여 대학 교직원들도 상황이 여기에 이르러서는 분노한 국민들과 함께 촛불의 광장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탄핵사태를 맞으면서 국민들의 요구는 이제 대통령 파면을 넘어 국가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에 이르고 있다. 그 중심에 대학과 고등교육이 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기형적인 사학 중심의 고등교육 생태계, 신분제가 되고 만 대학 등급제와 서열화 정책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회의가 필요하다. 헬조선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문제가 이와 맞닿아 있다.

이제 폐해와 오류로 점철된 지금까지의 고등교육정책을 탄핵하고 헌법에 따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가 부여되는 새로운 방식의 공공적 고등교육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이 국가와 고등교육의 미래를 전면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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