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장(국민대 교수)

운동이 좋아 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운동선수가 되었다. 공부는 조금 뒷전이었지만 시간 날 때마다 꼬박꼬박 책을 챙겼고 선수로서 주위의 기대도 점차로 커져갔다. 대학을 거쳐 선수 이후에는 지도자가 되기를 꿈꾸기도 한다. 국가는 이런 학생선수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준다. 바로 체육특기자제도다. 체육특기자제도의 기원과 역사를 접어둔다면, 학업성적이 조금 뒤진다 하더라도, 한 어린 선수의 육체적인 능력이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면 그들에게 특별한 대우가 주어져야한다는 의식이 이 제도의 출발선이다.

최근 특정 개인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체육계는 물론, 교육현장과 정부의 해당 부처에서도 체육특기자제도가 뜨거운 감자다. 체육특기생을 어떻게 선발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서 말이다. 많은 제안이 쏟아진다. 학업성적을 대회성적과 연동해 더욱 강하고 확실하게 반영할 것을 주문한다. 학생선수들의 학업을 위한 관리가 철저해야 하며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도 그러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함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가진 제도가 학생선수 관리와 대학입시에 그렇게도 모자란가 하는 의문이다. 이 제도의 역사는 40년을 훌쩍 넘는다. 그동안 정책과 환경에 따라 진화해왔다. 물론 완전할 수는 없지만 지금 제안되는 것들이 당장이라도 제도에 반영된다면 우리는 과연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체육특기자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까.

체육특기자제도는 선수, 학교, 사회의 상호 배려이자 약속이다. 배려와 약속은 결국 이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이득을 취하는 동시에 그 대가를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 그래서 이 제도는 그들이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사회적 기여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증거라면 현재 이 삼자들 중에 그 누구도 만족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가 배려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치밀하고 확실한 제도가 도입된다 한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더욱 옥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신뢰와 관리의 문제이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고, 제도가 덜 완전해서도 아니다. 제도가 원래의 취지와 의도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며, 제도를 남용했기 때문이며, 제도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열쇠는, 감히 제안하자면 오히려 역발상과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다.

대학에 더 많은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자.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특기생이 사회적 인재로 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대학에 힘을 실어주자. 선택과 자율을 주자. 대신 정해진 규칙을 어길 때는 가혹한 책임을 묻자. 지금의 솜방망이 처벌과 봐주기가 아니다. 책임자만을 색출해 처벌하는 수준이 아니다. 만약 부정이 발생했다면 연관된 모든 개인과 교수, 학과, 학교, 단체 등이 연대적으로 가혹한 형벌을 받도록 말이다. 이는 대학의 사회적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제도에 묶이느냐 제도의 취지를 살리느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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