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대학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을 기점으로 2023년까지 피부로 느낄만한 위기 증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26만 명에 달하는 학령인구의 감소, 이에 따른 구조조정과 연착륙을 해야 하는 과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교육 목표와 과정은 물론 방법론의 혁명적인 변화 그리고 세계가 한 대학의 틀로 변하는 가상 학습과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의 확대는 대학의 위기를 높여주고 있다. 1940년 초 이후 대학의 주된 기능으로 인식된 교육, 연구, 봉사의 기능이 그 본질 면에서 변화가 불가피하고 대학의 이상을 구현하는 방법 또한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은 소위 ‘3K기능(지식미디어, 지식네트워크, 지식인큐베이터)’의 기능으로 대전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류사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초융합화, 초연결망, 초지능화, 초고속화 등의 4차 산업혁명은 인류 고유의 영역인 인지능력과 정서능력까지 도전하는 형국이 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나노 기술, 자율주행자동차, 3D와 4D 융합 바이오 기술 등의 혁신적 진화는 대학의 교육 콘텐츠와 교수 방법, 전공 영역 그리고 취업 선택마저 변화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한마디로 대학은 위기다. 교수 역할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학생의 특성과 학습 방법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무크(MOOC)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CFC(Campus Free Credit) 시스템이 일반화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대학의 위기 환경 속에서 미래 대학의 방향은 당연히 전통적 대학관으로부터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생존이 불가피하다고 예견된다.

그동안 대학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며 미래 인력을 양성하는 준비 교육이었고 이를 위한 기억 위주, 이해 위주의 반복 학습 형태였다. 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는 현재의 교육은 암기나 이해나 준비교육이 아니라 상상과 창의성과 통합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하는 적시성 교육이 필요하고 기초 교육 강화를 통한 통합적 통찰력을 지닌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준비하는 교육이 아니라 기초는 튼튼히 하되, 융합적 사고와 융합적 통찰력을 지닌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 점에서 미래 대학의 역할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대학 교육의 역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학과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형 대학 교육 체제로 바뀌어야 하고 AI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과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의 교육으로 재구조화 해야 한다. 종래와 같은 단순 응용형 교육보다는 문제 해결형 통합적 통찰 학습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미래 대학의 역할은 몇 가지 관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캠퍼스 중심체제와 국내 안주형 체제는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세계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만이 생존할 수 있는 대학의 질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체제로 변화될 것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양질의 교육을 하는 교수에게 수강이 몰릴 것이며, 학습자 스스로 세계의 어느 강좌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체계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교수 역할이 변화될 것이다. 교수는 잘 가르치는 교수와 그렇지 않은 교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교수의 역할은 촉매자나 학습디자이너, 학습치유자 그리고 공동학습자의 역할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가상현실이 일상화돼 경직된 학사운영 체제와 학위중심체제는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형식적 지식 습득이 아니라 암묵적 지식 습득의 체제로 대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네번째, 대학체제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전공 간, 학문 간, 영역 간 벽 없는 열린 체제에 의한 융합학습체제로 대전환할 것이고 교육보다는 자기 주도적 학습체제로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2030년경에 미국 직업의 47%가 새로운 직업이 될 정도로 직업 생태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사이버 공간, 물리적 공간, 시간적 공간 등의 벽이 완전히 무너지는 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미래 대학 교육의 역할은 학습자원센터(learning hub), 학습 네트워크(learning network), 학습디자인과 교정센터(learning design-therapy) 역할이 대폭 강화될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속 가능한 대학과 실패한 대학으로 나뉘어 준비 없는 대학은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 내놓을만한 양질의 교육을 하는 대학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모습의 대학은 매우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것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대학은 여전히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대학의 역할은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 인력을 스마트한 교육을 통해 배양하는 ‘3 스마트 학습 콤플렉스(3 Smart learning complex)’로 전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이 진정 위기다. 그러나 위기의 대학은 소멸과 지속 가능한 선택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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