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애 충북대 비서실장 겸 홍보부장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 탓인가. 최순실 사태는 대학인에게도 제대로 된 학사행정부터 대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엄중하게 묻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 홍보책임자로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한다. 최순실 사태가 벌어진 여러 요인 중에 소통부재와 전횡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상급자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충견의 역할만이 능사가 아님을 뼈저리게 아픈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순실 이후의 정상화된 조직이나 세상을 바란다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따지고 보면 소통이 별다른 게 아니다. 지시는 소통이 아니다. 소통은 대화다. 우리가 흔히 대면보고라고 하는 소통은 대화가 기본이 돼야 한다. 대면보고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화가 막힌다는 뜻이다. 또한 사안을 함께 풀어내는 인식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이 통하지 않기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대학사회에서도 이런 막힌 대화를 자주 목격한다.

이제 대학은 대학 울타리 안에서 소통만으로 무한 경쟁과 격변의 시대를 통과할 수 없다. 울타리 너머 지역사회와 타 분야와도 지속가능한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의 전환과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충북대는 올해 오송역에 북카페를 운영했다. KTX오송역 라운지에 자그마하게 꾸며진 북카페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거나 소소한 업무처리도 가능하다. 매일 1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북카페는 충북대의 얼굴이자 홍보 플랫폼이 됐다.

이제는 찾아가는 소통이 유효한 시대다. 마치 언론기사를 독자들 입에 다 떠 넣어주듯이 대학홍보라는 소통 역시 소비자들에게 바짝 다가가는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자아 울타리 속에 갇혀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다고 한들 변화무쌍한 시대 조류에서 누가 그 울타리 문을 두드려줄까 하는 의구심은 현실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대학으로 전락할 수 있다.

충북대는 보직자를 관행적으로 총장 측근을 임명하는 방식을 깨고 공모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밀실의 커튼을 걷어내고 소통하니 더 좋은 인재가 몰렸다. 소통의 귀한 의미를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통상 학생중심의 대학을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학생들과 얼마나 진지한 소통을 하고 채널을 다양화했는지 자문할 일이다.

대학 스스로 소통의 문호를 개방하는 일이 시급하다. 소통이 빈번하면 투명해지고 그러면 공정해진다. 대학의 신뢰 회복은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올해 듣도 보도 못한 희대의 사건이 촛불을 태우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얻는 귀한 교훈이다. 소통처방전을 더욱 광범위하게 끊어서 약효가 번지게 하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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