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도전·소통하는 인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협력과 융합을 통해 결국은 우리 사회가, 국가가 나아갈 비전이 나온다. 융합의 시대다. 그에 따른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경제발전, 과학기술 개발도 협업으로 가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현실에 맞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앞으로 난제는 전부 융합적 사고로 접근해야 해결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국가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융합이 중요해졌다. 여기에서 융합은 단순히 과학기술 분야의 융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문사회와 과학기술부터 예술까지 융합해야 세계적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먼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하는 역할을 설명한다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는 지난 2014년 6월 출범해 2년 반 됐다. 앞으로 융합시대다. 융합시대는 연구원들의 교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 지붕 아래에 25개 연구기관을 두고 출범하게 됐다. 익히 들은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지질지원연구원 등 우리나라 각 분야 대표 연구원들이 산하에 있다. 연구회는 융합시대에 융합 연구가 큰 성과 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과학기술분야에서 거버넌스는 오랫동안 숙제였다. KIST가 만들어질 당시 대통령이 직접 중요 인재 임용, 운영, 연구비 등을 직접 챙겼다. 각 분야가 발전하면서 출연연이 25개로 확대됐다. 21세기 통합·융합시대에 연구 분야 간 장벽이 높다는 지적으로 여러 연구회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1999년 기초ㆍ공공ㆍ산업기술 연구회 3개 연구회체제가 출범했고, 2008년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 연구회로 하나로 통합됐다. 통합의 근본 이유는 융합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한 지붕 밑에서 연구소끼리 벽을 깨는 것이다. 그간 자기 연구실 안에서 자기 연구만 관심 가졌다. 그래서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난제는 전부 융합적 사고 접근방식 해야 해결할 수 있다. 연구회는 약 11개 융합연구단을, 1년에 평균 100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대형 연구단을 지원한 사업과 달리 일몰형 조직(on-site)이라고 해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연구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 종료 후에는 원 소속 기관으로 복귀한다. 연구자에게는 색다른 환경을 제공하고, 다른 전공자들과 교류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약 2~4년 후에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각 연구원이 보유한 장비도 공동 활용한다. 1년 연간 장비 구매 규모가 8000억원에서 1조원이다. 연구소 간 공동장비를 활용하면,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연구 현장에서 환영받는 것 중 하나다.”

- 4차 산업혁명은 기존 1차, 2차, 3차 산업혁명 위에 4차 산업혁명이 나온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국가발전과 경쟁력제고를 위해 특히 기술과 연구경쟁력 제고방안이 있다면.
“산하 연구 기관인 KISTI가 빅데이터를 담당하고, 기타 연구소에서 자기 분야에 관련된 기술, 개발 로드맵 등 방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알파고 충격이 있었다. 이후 과학기술전략회의가 신설되고 회의를 2번 정도 진행했다. 여기에서 국가 전략 프로젝트 9개 분야를 선정해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개발, 스마트시티, 정밀의료, 바이오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절감 등이다. 연구소는 융합 연구 활성화 노력으로 출연연이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공식적인 과학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창조혁신센터나 창조 경제 등은 차기 정부에서 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정책 분야가 쪼개지면서 국가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통합정책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을 현장에서 아는 사람이 정책에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하는데 연구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없나.
“과학기술계 전체를 통괄하는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내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만들었다. 다른 부처에서도 협조해야 하는데 본부가 구심역할을 못하고 있다. 차기정부에서는 단순히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지금 각 부처에서 하는 기획평가 기능을 흡수해서 총괄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다만 과학기술계가 정부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 나왔다. 오히려 정책 반영이 늦었다. 창조경제 자체는 그걸 구현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름은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사업 자체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 이견은 있겠지만 필요한 기술은 공동연구, 보유한 기술 이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출연연은 국가에 필요한 거대 기술,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 대학 교수들은 교육부가 취업, 현실적인 기술 적용을 강조하다보니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학·연 협력을 평가하고 새롭게 진단하면서 방향을 제시한다면.
“기본적으로 산업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과거에는 기계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전자와 기계의 결합으로 간다. 결국 출연연 연구소에서 산업계에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연구회에서 산업 간 경계 허물어진 부분에 대한 새로운 기술, 기본이 되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계에 제공한다. 대학은 소규모 그룹을 기반으로 기초연구를 한다. 기초연구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어 연구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 교수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꾸준한 연구의 토양이 마련되면 출연연은 항공, 우주, 핵융합, 원자력 등 기업이나 대학이 담당하기 어려운 대형, 장기 연구를 한다. 기업은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제품화 시키는 것을 담당하는 협력이 가능하다. 현재도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다. 또 출연연은 중소·중견기업의 R&D 전진기지로서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힘든 기업을 지원하고, 신산업 창출이나 원천기술 개발 등 리스크가 커서 기업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회는 보고서, 데이터 연구 성과 자료는 다 공개한다. 기업, 대학, 민간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 화두가 ‘오픈사이언스’다. 공적인 자금을 투입해 이룬 연구 성과는 누구에게나 디지털 포맷으로 볼 수 있어 활용할 수 있다.”

- 최근 대학에서는 인문 계열과 이공분야를 결합하는 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와 경제, 인문사회와의 결합이 강조된다. 과학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미래학, 경제학 볼 수 있도록 하는 방향 필요하다.
“상당히 바람직한 이야기다. 융합의 시대에 인문과 과학기술, 예술까지 융합하도록 해야 한다. 그걸 위해 25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과 경제 인문사회 분야 26개 출연연 기관장이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 출연연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The 포럼 융합’을 지난해 12월 개최했다. 분기별로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협력과 융합을 통해 결국은 우리 국가가 나아갈 비전이 나온다. 분야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대학에서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보나. 
“어떤 방식을 떠나서라도 대학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지식기반 사회에 융합이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융합사회다. 새로운 가치와 기술, 제품 등은 모두 융합 과정을 거쳐야 나올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없던 것, 새로운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로 훈련하고 공부하는 교육과정 거친 사람들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융합적인 경제, 인문사회, 과학기술, 예술까지 아우르는 교육이 바람직하다. 대학마다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을 텐데 이를 대학이 특화시켜, 융합과정을 내놓는 것이 대학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본다.”

- 갈수록 대학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결국 시대에 맞는 교육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아까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앞으로는 융합시대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 창출한다. 학생들이 필요한 덕목은 다른 사람과 협력, 소통하는 능력 갖춰야 한다. 융합이라는 것은 각 요소 기술이 합쳐지지만, 각 요소 기술에서 최고를 지향한다. 개별 분야의 전문성, 최고를 지향하는 교육이 이뤄지면서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것이다. 또 융합이라는 것은 어떤 분야와 융합하느냐에 따라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가야한다. 토론식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대학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창의성, 자율성, 리더십을 가진 책임감 있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지금 이런 때일수록 어떻게 학생을 끌어올까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교육을 제공할까의 관점으로 봐야한다.”

-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의 다수가 사라진다고 한다. 학생, 교수들중 연구회 산하 출연연 취업에 관심이 있다. 
“연구회 출범하고 공동 리쿠르팅을 개최했다. 올해 수도권, 호남, 충청, 영남 4군데 지역에 가서 출연연에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25개 출연연 담당자가 직접 일대일 상담을 했다. 매년 500~600명 신입연구원을 뽑는다. 석·박사 과정 중에 공동 연구하는 학생연구원도 5000명 정도 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을 자세히 생각해야 한다. 촛불시위는 정치적 의미가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변화를 갈구하는 것이 뭉쳐서 나온 에너지가 발원이다.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다든지, 권위주의적 문화 등 기존 질서에서 잘못된 것은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공정하고 누구든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성과는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기성세대가 노력해야 한다. 대학, 연구, 산업계 어느 분야든 그런 흐름을 읽고 같이 노력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회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이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에너지를 잘 승화시켜 새로운 비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왼쪽)이 김석준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 이상천 이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총장을 거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이사,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을 역임했고 2014년 6월 초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대담=김석준 본지 발행인, 정리=김소연 기자, 사진=한명섭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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