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에도 소통 없이 요지부동 정책 강행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정보다 최소 6개월 이른 대선을 전망하는 분석이 많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인용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최대 180일이 보장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 6월 대선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근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보다 이른 3월 대선을 전망하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정국을 감안해 예정보다 이르게 다가올 수 있는 대선국면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정책을 진단하고 고등교육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정책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취창업·과학기술 혁명 강조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기업화만 가속
대학구조개혁 시기는 적절했지만 효과·추진과정은 ‘부적절’ ‘부당’

▲ 전문가 8명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관련 대선공약과 국정과제, 주요정책 등의 평가를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대부분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했다. 9개 주요 정책분야에 대해 타당성과 효과성, 적절성을 1점~5점으로 조사했다.

[한국대학신문 특별기획팀] 대학 전문가들이 바라본 박근혜 정부의 대학정책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교육비용 절감과 대학입시 간소화 정책, 대학 취·창업 기지화 등 각종 대학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한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의 대학정책은 낙제”라고 혹평했다. 시기가 타당한 정책은 간혹 있었으나 효과가 없거나 추진과정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지가 고등교육 전문가 8명에게 박근혜 정부의 △교육비용 절감 △대학입시 간소화 △대학재정지원 △대학 취·창업 기지화 △전문대학 육성 △과학기술 강화 △대학 체질 개선 △사회통합 지원 △대학구조조정 등 9개 정책분야에 대한 시기·방법의 타당성과 정책의 효과성, 추진과정의 적절성 등을 1(전혀 적절하지 않았다)~5 점(매우 적절했다)으로 리커트 척도 평가를 의뢰한 결과 3점(보통이다)을 넘는 정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평가에는 강낙원 고등교육연구소장,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경영지원본부장,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 김일곤 국공립대노조 정책실장, 반상진 전북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등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비용 절감의 경우 시기·방법의 타당성에 대해 타당하지 않았다(2.37점)고 응답했다.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의견(2.75점)이 많았다. 추진과정의 적절성 역시 적절하지 않았다(2.25점)고 평가됐다.

대학입시 간소화 정책 역시 시기·방법의 타당성(2.25점)과 추진과정의 적절성(2점)이 모두 낮은 가운데 정책의 효과도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다(1.87점)고 평가됐다. 대학 재정지원 정책은 추진과정이 전혀 적절하지 않았다(1.75점)던 것으로 평가했다. 시기·방법의 타당성과 정책의 효과성은 각각 2.25점과 2.12점으로 역시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학을 취·창업 기지로 양성한다는 정책 역시 시기·방법이 타당하지 않았고(2.37점), 정책의 효과도 전혀 없었으며(1.62점) 추진과정도 적절하지 않았다(1.87점)고 봤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초기부터 힘을 쏟았던 전문대학 육성 정책도 시기·방법의 타당성(2.5점), 정책의 효과성(2.25점), 추진과정의 적절성(2점) 모두 2점대에 머물러 부적절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과학기술 역량강화와 평생교육체제 도입 등 대학 체질 개선, 사회통합 지원 정책 역시 모두 3점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학구조조정 정책도 시기·방법의 타당성(2.12점), 정책의 효과성(2.12점), 추진과정의 적절성(2점) 모두 부적절하다고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대학교육의 발전 비전이 없었고 파편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고등교육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한 큰 비전과 대학의 동의가 부족한 가운데 낱낱의 파편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책의 시너지와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평가했다.

김일곤 국공립대노조 정책실장도 “대학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한다는 정권 내부의 교육 철학이 부재해 결과적으로 대학의 기능을 취업 인력기관으로 축소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꼬집었다. 김일곤 실장은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기계적 대응으로 대학구조조정을 밀어붙여 고착화된 대학 서열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대학 상업화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을 창조경제의 활성화라는 국정과제 이행의 수단으로 전락시킴에 따라 대학의 존립근거를 크게 훼손했다”고 혹평했다.

이 때문에 대학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왔음에도 제대로 된 대처조차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는 소통이 문제로 부각된 정부로 교육정책에 대한 소통과 미래발전 방향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과제를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 자체가 대외 환경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한계를 보이는 상태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중장기 발전방안과 전략과제를 도출할 능력이 부족했던 시절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강낙원 고등교육연구소장도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 추진전략들이 실제 대학현장에서 발휘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정책 전반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속단해선 안되지만 대학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부분이 이러한 점(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책추진이 기대한 결실을 이뤘다고 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사업지원비 등의 기관평가에 의한 차등적 재정지원은 지원효과에 대한 검증이 용이하지 않고 평가과정에서도 대학의 규모나 명성 등이 평가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발생했다. 근본적으로 대학 관련 다양한 사업비보다 대학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재정지원은 지원이 아닌 대학 길들이기를 위한 무기라고 평가했다. 김병국 실장은 “대학은 철저히 정권에 종속돼 왔다. 대학의 생존을 볼모로 한 구조조정은 입학정원 축소라는 단 하나의 목적은 달성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대학과 고등교육은 급속히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책임을 묻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이 자주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대학을 못 믿고, 재정지원을 통해 정부의 의도대로 끌고 가고자 하는 기조를 견지했다. 대학은 자주적이지 못하고 창의적이지 못한 채 정부 눈치를 보며 재정지원을 받고자 경쟁했다. 이런 정책상황은 (정부와 대학의) 공동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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