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스펙으로 취급…제도적 보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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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손현경·황성원 기자] 정부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일명 ‘스펙 초월’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한 채용방식을 늘려가고 있지만 오히려 해당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스펙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공기업에서 사상 최대인 2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일 취업포털 업계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취업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다. 2014년부터 공공기관에 도입되기 시작한 NCS는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확대 적용된다.

NCS는 구직자들이 현장 경험보다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세태를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의 능력을 국가가 산업별, 수준별로 표준화해 정리했다.

그러나 취업포털 업계 전문가들은 “대학생과 취준생들에게 NCS는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한 개 더 쌓아야할 스펙’”이라고 강조했다.

인크루트 김대성 홍보팀장은 “NCS는 무분별한 스펙쌓기라는 관성을 없애기 위해 정부에서 제시한 기준인데 취준생들은 단지 또 하나의 스펙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실제로 외국어, 신토익 학원처럼 NCS 전문 사교육 학원도 생겼다”고 밝혔다.

NCS가 또다른 취업 스펙처럼 작용해 NCS를 가르치는 학원이 성행하는 등 도리어 취업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이다.

잡코리아 변지성 홍보팀장은 “기업들이 일명 ‘열린채용’ 방식인 NCS 채용을 늘려가고 있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믿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가 올해 구직활동을 한 취업준비생 1255명을 대상으로 ‘스펙초월 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 준비생의 66.5%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NCS는 실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소서나 실무능력 등을 그 자체로 스펙으로 볼 것 같아서 또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걱정이 취준생들에게 앞서 생긴다”고 덧붙였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업준비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스펙초월 채용 방식’으로는 ‘블라인드 평가(28.4%)’를 가장 많이 꼽혔고, ‘스펙 기재란 축소’ 21.2%, ‘실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전형 도입’이 16.9%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보다 많은 인재에게 입사 기회를 주기 위한 NCS, 스펙 초월 채용을 적절히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일관적인 정책 추진으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은 “직무능력중심채용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막역한 두려움이 취준생들에게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탈스펙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는다는 장기적인 제도의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좀 더 통일되고 일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이재학 소장은 취준생들에게 "최근 기업들은 채용 시, 지원자의 역량과 직무 적합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무작정 스펙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경험과 스토리를 정리해서 일관성 있게 어필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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