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경북대 교수 / 대학정책학회 총무위원장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고, 새 시대의 희망과 염원을 담은 촛불축제와 함께 2016년이 끝났다. 지난 4년간 이 정부 치하에서 수난과 고통을 겪은 국민이 한둘이 아니었고, 또 기관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국립대학들이 겪은 고통과 수난은 우리 대학사에 두고두고 기록될 부끄러운 한 장이 될 것이다. 아직도 4개 국립대학의 총장이 공석상태에 있고, 5개 대학 총장은 2015~2016년에 걸쳐 석연치 않게 2순위 후보자가 임명돼 대학가의 여론이 험악한 실정이다. 지난 세밑에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일단 국립대 총장 임용에 비선실세가 개입했으리라는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특위와 특검에 조사 및 수사를 요청했다. 물론 국정조사 과정에서 의심을 받는 관련 당사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앞으로 특검에서 이 문제의 진상이 어떻게 밝혀질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연초 어느 일간지가 '2순위 후보 국공립대 총장 잇단 임명, 청와대 오더 있었다'라는 기사를 보도했다(중앙일보, 2017.01.02.). 또 어느 방송은 '대학총장 블랙리스트'를 보도했다(JTBC 뉴스룸, 01.02.). 이 기사에서 주목되는 바는 인용된 교육부 측의 진술이다. “2순위 후보의 총장 임명은 과거 정부에서 한 번도 없던 일이어서 교육부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웠고, 정확히 누구의 뜻인지 알 수 없어 우리도 답답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교육부 인사의 이 같은 진술은 중요한 부분에 대한 거짓말이고, 꼬리 자르기로 도망가려는 획책에 불과하다. 국립대학 총장 임용에 비선실세 혹은 청와대가 일정한 압력과 영향력을 가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교육부도 지난 기간 동안 국립대학의 총장 임용에 대해 거의 범죄적 수준으로 허다한 위법적 압박을 가했다는 점을 우리 국립대학 구성원들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2012년 바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무렵을 전후해 이른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2단계를 발동하여 국립대학의 총장 선출방식에 무도한 간섭을 개시했다.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국립대학의 총장 선출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언명했지만,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부는 여러 국립대학이 간접선거도 아니고 그 이름조차 해괴한 '임의추출식 총장추천위원회 선출방식'을 채택하도록 강요하고, 이에 저항한 몇 개의 국립대학을 재정지원사업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국립대학의 재정구조상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고자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교육부에 항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4년부터 여러 국립대학이 총장임용후보자의 임용제청 거부처분을 받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교육부는 2015년 중반경부터 말도 안 되는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개선위원회'라는 유령단체를 만들어 교수단의 동의를 얻었다는 허울을 씌워 제멋대로 임용규정을 개정했다. 그리고 학내의 선출을 거친 후보자를 무순위로 추천하게 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5개 대학의 총장을 2순위 후보자로 임용제청, 임명했다.

우리는 묻는다. 이와 같은 파행적인 국립대 총장 임용에 오직 청와대 오더만이 작용한 것이었던가? 이제 와서 교육부는 지난 2~3년간 국립대 총장 임용 파행의 책임을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미루고 자신들이 행했던, 그야말로 점잖은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루하게 국립대학을 핍박했던 책임을 회피하려는가? 이미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처리하는 태도에서 보았듯이, 닥쳐오는 재난을 꼼수로 피하려는 교육부는 이미 대학 구성원들, 나아가 우리 국민들에게 신용과 품질을 보증 못하는 기관으로 낙인찍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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