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창업 열기와 고시 열풍
[시론] 창업 열기와 고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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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본지 논설위원 /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2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창업에 뛰어드는 나라와 3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고시공부를 하는 나라가 있다. 이 두 나라 중 어느 나라가 미래지향적인가.

창조경제정책에 박차를 가하던 2013년 말경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한중일 3국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중일 창의문화인식비교’라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는 약간 충격적이었다.‘사회가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응답한 비율은 일본이 18.7%, 한국이 23.4%인데, 중국은 75.2%나 됐다.‘창업에 도전해볼만하다’는 답변은 중국 29.6%, 일본 8.2%인데 한국은 4.9%에 불과했다.‘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지만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답변은 중국 34.5%, 일본 44.2%, 한국 61.1%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확연했다. 중국인들은 전반적으로 창업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볼 만한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창업 신중론이 대세였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좀체 창업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절대다수의 대학 졸업자들은 창업에 선뜻 뛰어들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창업국가를 향해 앞서가고 있다. 2016년 중국은 765만 명의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배출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엄청난 대졸자를 양산하면서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졸업 6개월 후의 취업률은 90%를 훌쩍 넘는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 비중이다. 전체 졸업자의 3%인 20만 명 이상이 이른바‘촹커(創客)’라 불리는 창업자의 길을 택했다. 오늘날 중국은 최고의 창업 붐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연간 400만 개의 기업이 새로 만들어지고, 혁신단지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의 매출이 국내총생산의 20%에 육박한다고 한다. 가히 창업국가라 할 만하다. 중국정부는‘대중창업,만중창신’을 주창하면서 창업과 혁신을 중국사회 발전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2015년에는 리커창 총리가 경제 혁신과 창업 활성화를 위해 1억 명의 촹커를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런 창업정책과 촹커 열기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창업을 택하는 대학 졸업생이 계속 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대졸자 수에 있어서는 세계 대국이다. 2008년 대학진학률 84%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71%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배출되는 대학 졸업생은 약 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창업하는 졸업생은 많지 않고, 무려 30만 명이 공무원시험을 비롯한 각종 고시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고시열풍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은 점점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고 현재의 직업 중 상당수는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도 많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직업세계의 변화가 가장 클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창업, 창직은 미래 직업세계 변화에 있어서 의미가 크다. 가령 미국 MIT 대학은 매년 연례보고서에서 졸업생들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냈는가 하는 통계를 자랑스럽게 발표하고 있다.

창업이나 창직은 실패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성공을 바랄 수는 없는 법이다. 작가이자 교수인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말했다.“산다는 것은 죽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고,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의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금 한국의 대학생들은 미래를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인재양성의 산실인 대학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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