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해 전문대학가 현장을 찾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학벌중심사회를 타파하고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겠다며 NCS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취지는 좋았다. 각 학과마다 어떤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에 맞춰 전체 교육과정을 개발해 어떤 교수가 오더라도 학생들이 최종 졸업할 시점에 동일한 수준의 역량을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NCS를 도입하면 기업이 대학의 간판이 아닌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신입사원을 곧장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NCS로 인해 나타난 모습은 전혀 달랐다. 전문대학의 NCS 도입률은 급속도로 증가해 지난해 기준 70.6%에 달했지만 이 수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NCS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문대학 교육현장 곳곳은 멍으로 물들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NCS 도입률 높이기에만 급급했던 결과다.

기본적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은 학생 1인당 여러 번에 걸쳐 직무능력평가를 실시, 직무평가능력서를 작성해야 한다. 수준미달 학생에 대한 향상학습 또한 별도로 진행된다. 따라서 한 명의 교수자가 맡을 수 있는 학생은 제한적이며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존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유지하면서 교육과정만 NCS기반으로 바꿨으니 이 상태에서 제대로된 수업 운영과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교수자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NCS 적용 교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NCS와 해당 학습모듈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전문대학가에 NCS가 도입되면서 1년 단위로 교육과정이 바뀌기도 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학생이더라도 학번에 따라 다른 교육과정을 밟은 셈이다.

그뿐인가. NCS가 도입되면서 NCS기반 교육과정을 정비했지만 취업 현장에서는 정작 쓸모없기도 했다. 한 전문대학 교수는 “NCS는 대학의 경우 정부에서 돈을 쥐고 있으니 가져다 써라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근데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그렇게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CS 개발과 도입이 대한민국이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데, 대한민국 고등직업교육의 미래에 필요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장기전으로 가야 했던 NCS가 단순히 정부의 치적쌓기 도구로 전락해 신뢰를 잃고 부정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한 정권 내에서의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을 편다면 “다음 정권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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