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 '한국은 동방의 등불' … 2016년 이제 지성의 등불이 됐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정유년 새해 벽두에 지난해를 돌아보면 조선대에 뜻 깊은 해였다. 국내 최초의 민립대학 조선대가 2016년 건학 70주년을 맞아 호흡을 가다듬었다면 2017년은 건학 100주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는 해다. 때마침 지난해 9월 조선대 수장으로 취임한 강동완 총장은 'CU Again 7만2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민립대학 조선대 설립 당시 설립 동지회원인 7만2000여명을 상징화해 대학발전기금을 조성하는 사업이자 조선대 후원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는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이한 해다. 한국사회 전반을 뒤흔든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대학가에도 큰 영향을 줬다. 각 대학을 이끌어나가는 총장들은 이후 대학교육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제각기 지난해 말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와 대학의 사회적 위상을 반추했다. 강동완 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강동완 총장은 최근 조선대 총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취임기념 인터뷰에서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지성의 등불이 됐다”고 평가했다.

- 지난해 연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됐다. 이미 시민혁명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총장으로서 이 촛불의 뒤에 다가올 사회와 삶의 자세에 대해 조망한다면.
“우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가장 최근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오지 않았었나. 이를 깨면서 스스로 변화를 위해 참여하는 우리 국민들이 결국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사회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과거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로만 하고 평화와 인권을 이론으로만 배웠는데 이제 시민들에게 이런 가치가 내면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성숙한 시점에 온 것이다. 한국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중들의 운동이 이끌어왔다. 동학혁명과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이 지속돼 1987년 6월 혁명을 낳았다. 최근 촛불집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휴머니즘 관점으로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을 확신한다.”

- 2016년은 조선대에도 중요한 한 해였다. 설립 70주년을 맞는 해에 총장이 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올 2월경까지 미래전략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정의해서 힘차게 진군할 계획이다. 지난해 선거를 통해 스스로 전략들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이제 구체화할 단계라고 본다. 부처별 단과대학별 현안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문제점을 점검해 제반사항을 토의하고 평가하는 미래수립단계를 이미 거쳤다. 지난 30여년간의 교수생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선거 당시 365 플랜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한다.
“36.5℃의 휴머니즘으로 365일 구성원을 존중하며 3가지 브릿지 미션과 6가지 디자인 철학, 5가지 그레이트 전략을 통해 인문학을 기반으로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3가지 브릿지 미션은 과학·사람·재정중심 미션이고 6가지 디자인 철학은 데이터(Date)와 윤리적인 책임감(Ethics), 서비스(Service), 통찰력(Insight), 글로벌(Global), 네트워크(Network)다. 5가지 그레이트 전략은 교육과 연구, 재정, 행정, 브랜드가치로 그레이트 조선 휴먼 유니버시티 구축전략이다. 그레이트 조선은 오랜 교육 열망이 녹아 있는 구호다. 특히 호남지역은 오랜 기간 선비들을 유배시킨 유배지의 역사가 있어 민중에 대한 교육열망이 크다. 그게 모아져 설립된 조선대가 그 정신을 잘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고, 그것을 그레이트 조선이라는 전략으로 모았다.”

- 그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CU Again 7만2천인가.
“그렇다. CU Again은 조선대를 다시 부흥시킨다 혹은 재창학한다는 뜻이다. 1946년 건학 당시 남한인구는 1500만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7만2000명이 설립 발기인에 참여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큰 규모다. 이제 7만2000명을 새로이 모신다는 것은 그 발기인들의 뜻을 기려 이제는 교수와 직원 등 대학 구성원만의 대학이 아니라 시민과 전라도민의 대학이 되기 위해 그들의 뜻을 더 받들어 새로운 도약하자는 뜻이다. 또 단순히 이들에게 발전기금을 모금한다는 의미를 넘어 향후 조선대 발전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도 있다.”

- 설립 당시 발기인 7만2000명 중 생존자가 있나.
“매우 안타깝게도 7만2000명의 명단이 상당부분 소실됐다. 약 450여명의 명단이 남아있다. 이들의 후손을 찾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외부적인 소통과 함께 내부의 소통도 매우 중요한 시대다. 특히 대학운영의 거버넌스 문제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변화를 생각하는 게 있나.
“조선대는 시민대학의 역사다. 한국현대사의 주인공이 대통령일 수 없듯이 조선대의 주인도 조선대를 다니고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다. 과거 수직적인 구조였는데 이제 수평적인 거버넌스 구축에 노력할 것이다. 시민대학을 구상하는 것도 거버넌스적인 관점에서 시민이 추천하는 모델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우선 시민들이 대학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참여할 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대학과 교수의 외부활동을 늘릴 계획이다. 교수를 대학이 공채하고 지방대 자원 중에서 지원자를 선발해왔는데 시민들이 추천한 사람을 미래 목표와 이상을 점검해 교수로 배정하는 방식도 고민해보고 있다.”

-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다보면 나오는 구호가 산학협력인데.
“산학협력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 총장으로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소통이나 산학협력 체계 구축에 많은 국가사업이 지원되고 있고 예산이 투입됨에도 선도적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본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가 문제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 여러 현안문제가 있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공학적으로는 캡스톤디자인 사업이 있겠다. 전 학과가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고 성찰하는 모델을 지향하는 캡스톤 디자인 개념 확산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대학으로서 인류와 사회문제에 해결점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 대학 현안의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무엇보다 재정문제가 힘들지 않나.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재 어떤 사업마다 돈을 쓰는데 투입대비 성과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교육사업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 사업이지만 가능한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지금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감축으로 재정적 위기는 있다. 우리도 약 10% 가량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투자와 행정비용 감축에 따른 교육 효율성 저하 문제 등이 드러나고 있다. 대외적으로 기금조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학에 대한 신뢰가 선행돼야 할 문제다. 대책으로 캠퍼스공간을 수익모델화해 활용하는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치의대가 경쟁력이 있으니 치약이나 칫솔을 개발하고 물에 관련된 관리시스템 등을 개발해 상품화하는 방안이다. 대학이 갖고 있는 특허 등 기술을 활용해 기업간 산학협력이 보다 고도화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조선대와 함께 하는 가족기업 약 1000곳과 관계를 강화해 이들 기업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산업을 진작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 특성화 전략이 중요할텐데.
“인근 광주전남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과 관련 기업들이 다수 이전해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특성화할 계획이다. ICT 에너지를 중점적으로 발달시킬 것이다. 또 대학에 의대와 치대, 약대가 모두 있어 보건의료관련 교육자원이 있으므로 보건의료산업을 강화하는 것도 또 다른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있어 치매연구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13년에 이미 치매국책사업단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수주한 바 있다. 160억원 정도 규모다. 이번에도 미래부로부터 치매 관련 의료기술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치매를 조기진단하고 예방하는 연구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숙한 문화예술 역량과 콘텐츠도 더욱 활발히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미디어아트가 조선대의 강세인데 동양화와 한국화, 서양화를 기반으로 IT기술에 접목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대표주자가 되는 게 목표다. 조선대 전 캠퍼스가 미디어아트 공간이 되는 것이다. 광주시가 국제적인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는데 조선대 캠퍼스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들겠다.”

■강동완 조선대 총장은 …
1954년 전남 순천 출생. 1980년 조선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과 1989년 조선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했다. 1986년 조선대 치대 치과보철학교실 교수로 임용된 뒤 조선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알라바마 치대 방문교수와 대한턱관절기능교합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2013년 조선대 부총장을 거쳐 2016년 9월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김석준 발행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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