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에 "본업 아니다 " 기업활동 제약 규정도

학내 교수창업 ‘부정적 분위기’…교원들 ‘눈치’
전문가 “대학생 창업 지원 교육 활동 이해 필요 ”

[한국대학신문 황성원·윤솔지 기자] 대학이 학생 창업은 장려하면서 정작 교원이 창업하면 재정기여금을 내게 하거나 기업활동 시간에 제한을 두는 등 ‘교수창업 활성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창업은 대학이 보유한 연구시설을 활용하거나 장기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한다는 점에서 대학창업 시장의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이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 벤처기업 중 교수와 연구원의 창업 비율은 2004년 39%에서 2012년 8%대로 떨어졌으며,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2015 대학 산학협력 활동 조사보고서'에는 교수 창업 기업 매출이 2014년 90억원에서 2016년 49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시립대 취·창업 진로지원센터 (사진=윤솔지 기자)

■ ‘제도’로 교수 창업 발목 잡는 대학들 = 교원의 창업 시장이 어려운 첫번째 이유로 창업을 규제하는 ‘학교 제도’를 지적한다. 서울 지역 사립·국공립대 22개교 중 교수 창업에 정보통신 시설 지원이나 연구실 기자재 이용 등 적극 지원하는 내용의 학칙을 둔 학교는 4개교에 불과했다.

반면 창업보육센터 입주나 연구실 사용에 따르는 ‘시설이용비’나 창업기업 수익창출의 일부를 ‘재정기여금’으로 징수하는 학교는 10개교에 달했다.

중앙대는 교수창업을 허가·유지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교수창업기업이 창업승인일로부터 270일 이내에 회사 주식 3%를 산학협력단에 무상증여하거나, 주식 5%에 상응하는 기술료 납부를 규정에 명시했다. 서울대의 경우 기업 활동시간을 연구활동의 5분의 1로 제한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교원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기존 창업을 완전히 정리한 다음 3년이 지나야만 재창업하도록 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이는 교수 본업이 ‘교육’이기 때문에 교수 창업에 규제를 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연세대 연구처는 “교원은 교육연구봉사가 본업이지 창업이 본업이 돼선 안된다”며 “창업 기업이 종료되면 3년 후 재창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제를 둔 이유도 학교에 교수로서 기여할 바를 다하고 다시 창업을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학교에서 교수 창업을 지원해준다는 것도 ‘허가·승인’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사립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교수 창업에 관해 겸직이나 휴직 신청 승인을 할 수 있도록 ‘구비 서류’만 챙겨주는 정도라고 밝혔다. 서울대 연구정책실 관계자도 교수직을 겸직해야 하기 때문에 활동 시간에 제약을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 창업 ‘부정적인’ 분위기 속, 교수는 눈 돌릴 틈 없어 = 대학 구성원이 교수 창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에서 교수는 ‘교원 평가 지표’까지 신경 쓰느라 창업에 눈 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수도권 사립대 창업센터 관계자는 “교수가창업을 해 수익을 취득하는 건 본분에 맞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창업이라는 건 한 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인이 되는 것인데 순수학문을 연구하던 교수가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용산업 분야에서 창업기업을 운영하는 원성권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교수 창업에 관해 학내 인식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교수가 먼저 창업을 선도해 학생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려는 것인데 일부에서는 연구에 매진해야 할 교수가 사익을 추구한다며 학내에서 부정적으로만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내 분위기 속에서 교원 평가까지 신경써야 하는 교수들은 창업이 힘들 수밖에 없다. 지방 사립대 창업경영컨설팅학과의 한 교수는 “교수 창업은 꿈같은 이야기”라며 “기본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다. 교수가 입시부터 지도 학생관리, 논문까지 소화하려면 다른 데 신경을 쏟을 여력이 안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교수 본분 잊지 않고, 서로 윈-윈 할 수 있어야” = 전문가들은 교육봉사에 지장 받지 않도록 창업교수를 따로 정해 창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고, 재정지원 등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 교수는 “실질적으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교수를 선정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주고 그 몫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익명을 요구한 창업 전문가 역시 “겸직 기간 규제나 기업 활동 시간을 제한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교육봉사에 지장 받지 않도록 창업교수를 따로 선정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것이 학교·교수·학생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창업 프로젝트를 장려해 교수 창업에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창업 활로를 여는 방법도 있다.

지역 사립대 창업관련학과의 모 교수는 “교수 창업에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규제 완화와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교수와 학생이 함께 창업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교수 창업을 지지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또 이런 창업 성과가 교내에서 공유된다면 창업 활로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도 “교수들이 먼저 창업을 선도해 학생들 취업 자리를 마련해주고 또 학생이 창업을 성공해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나 아이템 개발을 도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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