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찬 한양대 교수(전 입학처장)

“서울대 없애겠다!… 수능·교육부 폐지!” 요즘 언론에서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자주 접하는걸 보니 대선이 임박했음을 강하게 느낀다. 5년마다 쏟아지는 대입정책 공약들에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 학부모들은 ‘대입정책 또 바뀌나‘며 불안에 떨고, 일선 학교현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고교 교육을 내실화하고 창의력 있는 인재 선발기능이 유지되며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입시제도 개선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권장할 만하나, 지나치게 파격적인 입시제도 변경 등은 수험생의 수년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뒤틀어버릴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여러 대입정책 중 눈에 띄는 대입정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수능의 대입 자격고사 전환이다. 결국 현행 수능전형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능전형은 지속적으로 학생부를 관리하지 못한 학생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학생부전형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수능 폐지 시 학생·학부모의 상당한 불만이 우려된다. 현재도 수시전형에서는 수능성적이 최저기준으로 활용돼 일부 자격고사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일부대학의 경우 수능전형 폐지 시 논술전형 또는 특기자전형 확대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이로 인한 사교육 부담 증대, 대학본고사 부활 등의 우려가 크다. 학생부전형 확대 대체도 고려할 수 있으나 입학사정관 고용의 한계, 지원자의 내신성적의 유사성 등으로 확대에 한계가 있다.

둘째, 학력차별금지법을 신설해 고용ㆍ대입 등에서 학교명 기입을 금지하자는 정책이다.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나 최근 학생부전형은 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특목고·자사고·일반고 등이 실질적으로 구분되므로 학교명을 삭제할 경우 일반고가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갖는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불리해지는 교육 불평등 심화가 우려된다. 또 학교명 삭제로 인해 학생부전형이 무력화될 경우 대학들은 대학별고사(논·구술), 특기자전형, 수능전형 확대 등을 시행할 수 있으므로 사교육비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수시모집 20%까지 축소다. 수능성적 등 정량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줄세우기식 선발은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학생의 잠재력을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하려면 수능성적만 갖고 선발하는 정시모집으로는 불가능하다.

학생의 성장 잠재력 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모집에 일부 문제점이 보였지만, 점차 개선해야 나가면 된다. 정시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없다. 특히 지방, 농어촌, 도서벽지 등 상대적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생들은 수능성적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우므로, 정시 확대는 이들의 대입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넷째, 2학년 때 수능 실시, 3학년 때 하고 싶은 학습·경험 수행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도입된 통합사회·통합과학 등을 중심으로 고교 2학년 때 수능을 실시한다고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만회를 위해 3학년에 다시 수능을 보려고 하는 수험생을 금지시키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수험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고, 수능 과목 위주의 학습만을 하게 돼 학교 교육의 파행이 예상된다. 수능 실시 시기, 과목 등은 많은 수험생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섯째, 대학입학보장제를 신설해 자격고사화된 수능을 통과한 경우 대학입학 보장이다. 저출산으로 대입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어질 것이므로 대학입학 자체를 보장해도 실제적으로 큰 이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사립대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상당히 크다. 대학 간 교육여건 차이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선 현장과 무관하게 손질돼 왔다. 학생들만 이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봤다. 제일 이익을 본 집단은 사교육시장이라 볼 수 있다. 대학입시가 불확실해 질수록, 대학입시가 복잡해져서 수험생들이 잘 이해를 못할수록 사교육시장은 그에 비례해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의식한 급격한 대입정책의 변경으로 대학, 고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수험생,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 된다. 신중하고 깊은 고민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입제도가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사교육시장은 요동친다. 불필요한 국가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종여일한 대입정책 방향의 제시가 필요하다. 교육정책 첫 번째 공약이 ‘대입제도변경 없다!’를 내세우는 대선후보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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