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줄 세우기식 대학재정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토론회'

“3단계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손질 … 사업간 중복 줄이고 대학 특성화”
“현행 방식 기반한 교육부 정책 수용 못해 … 교부금법등 근본적 개선을"

▲ 17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대학 줄세우기 식 대학재정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모습. 노웅래 의원실과 본지 공동주관인 이 행사에서 김석준 본지 발행인은 좌장, 김민희 대구대 교수와 이연희 본지 차장이 발제를 맡았다. 지정토론자로는 반상진 전북대 교수와 길용수 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지원본부장, 장미란 교육부 대학재정과장이 참석했다.(사진=한국대학신문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부의 줄세우기식 대학재정지원 방식에 대해 현행 제도를 손질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틀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이 회자되는 최근이 대학정책 혁신의 중요한 시점이라며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이 이명박정부 이후 고도화·세분화돼 각종 대학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는 진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결책을 두고는 입장이 갈렸다.

▲ 김민희 교수

김민희 대구대 교수는 3단계 대학재정지원사업 방안을 제안했다. 김민희 교수는 “대학재정지원사업 영역은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등 3가지 대학교육의 기본 기능을 중심으로 단순화하고, 교육은 기관(대학) 단위사업으로, 연구와 산학협력은 사업단 단위 사업으로 운영해 단계적으로 지원단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간별로 3단계로 재정지원사업을 운영해 단계가 거듭될수록 각 사업 간 중복된 영역을 최소화하고, 각 사업들이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의 큰 틀 아래 통합 운영되도록 개편해야 한다. 3단계에 이르러서는 대학구조개혁과 기관평가인증 등이 종료되고 적정 대학규모가 유지되며 대학별 특성화 전략이 수립되는 등 자율적인 재정운영 역량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단계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민희 교수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대학 줄세우기식 대학재정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연속토론회에 발제자로 참가해 이같이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본지가 공동 주최하고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촛불집회 뒤 제안된 각종 사회개혁 의제들을 다루는 연속토론회의 일환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민희 교수와 이연희 본지 차장이 발제자로 나서 각각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개선 의의와 전망’ ‘정부 대학재정지원 변천과 현황’을 주제발표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와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본부장, 장미란 교육부 대학재정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 좌장은 김석준 본지 부회장 겸 발행인이 맡았다.

▲ 반상진 교수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고등교육과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상진 교수는 “현 정부에서 고등교육 분야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이다. 근데 우선 대학재정지원사업 자체가 문제가 많다. 명칭부터 외래어로 돼 접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십 종의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대학에 실질적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약 5억~20억원 수준이다. 이걸로 4~5년간 지원한 뒤 성과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동시에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한 대학 내 갈등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민희 교수가 제안한 3단계 대학 재정지원사업안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문제의식 전반에 공감대를 표하지만, 그 문제의식을 토대로 현재 제도를 손질해 추진한다는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학 현장에서도 대학구조조정과 재정지원사업을 연동한다는 발상에는 큰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이명박정부 이후 교육부의 대학 줄세우기가 강화됐고 그로 인해 대학들의 순응주의가 팽배해졌다고 꼬집었다. 반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의 질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지난 이명박정부 이후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만든 결과는 결국 대학의 순응화다. 이명박정부 이전까지 존재했던 일반지원사업이 자취를 감추고 교육부의 특정한 목적에 복무하는 특수목적지원사업들이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등 각종 정책유도지표로 대학을 끊임없이 교육부에 순응시켰다. 이런 사업설계와 철학이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대학 재정지원 방안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촉구했다. 반상진 교수는 “20대 국회의 과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제정하는 것이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파이를 키우고 기획재정부 등 예산당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대학이 자율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 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내국세의 일정률을 고등교육재정지출로 정해 대학에 교부하는 법이다. 18대와 19대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된 바 있다.

▲ 이연희 차장

이연희 본지 차장은 대선을 앞둔 지금 시점이 대학재정지원사업 재점검과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연희 차장은 “수년간 대학과 정부 등을 오가며 재정지원사업을 취재해온 경험에 비춰보면 5·31교육개혁에서 도입돼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고도화하고 세분화한 방향으로 증폭된 대학재정지원정책은 대선 등 큰 정치적 이벤트 없이는 뒤집을 수 없을 만큼 고착화됐다”며 “특히 박근혜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재정기반이 열악해진 대학들이 모두 매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며 유사한 선정평가지표를 갖고 있는 사업이 난립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선 매년 평가만 준비하다 시간이 다 간다며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연희 차장은 “무엇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열쇠를 쥔 곳은 교육부가 아닌 기획재정부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육부가 국회와 대학을 수없이 오가도 재정 권한을 틀어쥔 기재부의 ‘재가’ 없인 재정지원도 어렵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책설계에 나선 정치권에선 이 같은 지점을 명확히 인식해 근본부터 대학재정지원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 길용수 본부장

길용수 본부장도 대선을 앞둔 시점을 강조하며 다극화된 ‘평가리그’ 형성을 제안했다. 길용수 본부장은 “정부가 대학을 선도하기보다 대학을 보조하는 서비스개념의 정부역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결국 대선 등 큰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해진 상황이다”며 “특히 대학은 평가피로도가 누적돼 자체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시점에 와있다. 현재로선 이들이 스스로 발전계획 등을 고민해 변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하는 타이밍이다. 이를 위해 단일한 기준으로 일원화된 평가를 받았던 대학들을 다양한 성격의 평가리그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산 1조원 규모 대학과 100억대 대학을 같은 기준하에 평가한다는 게 애초에 무리가 아닌가. 또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개선도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장미란 과장

장미란 과장은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각종 지적과 문제점을 인식해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미란 과장은 “외부에서 보기에 미진한 수준일 수 있으나 대학현장과 국회의 지적 등 다양한 의견을 비중 있게 고민하고 있다. 수차례 지적됐던 내용을 토대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방안 시안에 담았다”며 “하향식 정책수립이라는 문제점을 다수 지적해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로 변화를 꾀했고, 사업들이 난립한다는 지적도 수용해 4가지 수준으로 통폐합할 것을 앞서 발표한 바 있다. 유사중복을 피하고 일부 부적절한 행위를 제외하면 사업비를 경상비로 쓸 수 있는 방안도 열어놓고 찾는 중이다. 특히 대학 간 자원공유를 통한 연대협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석준 본지 발행인

김석준 발행인은 “교육부가 그간 대학에 지원한 정부재정지출은 전체 정부예산에서 보면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며 “이를 토대로 대학들을 줄세우기하고 지식인들을 연구나 교육보다 사업 수주에 목매는 구조로 만들어놓은 건 큰 문제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지금 시점이 대학 정책 전반의 패러다임 혁신의 기회다. 향후 정치권의 과제는 대학과 광장의 민심을 어떻게 제도에 이식하느냐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화여대에서 문제가 됐던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 같은 것들은 연구중심대학에 설치할 내용이 아니었다. 이대도 당초엔 이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가 교육부의 강권으로 참여하게 됐지 않았나. 연구중심대학들을 이런 사업에 무리하게 참여시킨 게 틀렸다. 과거 대학이 특성화돼 있었는데 교육부가 각종 평가로 특성화를 지워버렸다. 교육부가 대학을 믿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재정지원은 보편적인 재정지원이나 일정연한 동안 지원한 것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고민해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총장들도 더 깊은 고민을 할 게 아니겠는가. 지금 삼성그룹의 한 해 연구개발비용이 20조원에 육박한다. 교육부는 고작 3조원 아닌가. 지식인과 교수가 연구와 개발에 머리를 맞대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이게 목전에 놓인 대선의 화두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웅래 의원

노웅래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교육분야 개혁입법 추진을 위해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검토해보는 토론회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1조가 넘는 돈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등 고등교육과 관련 없는 정책에 가산점을 주고 사업성과를 선전하고 있어 큰 문제다. 특히 대학특성화(CK) 사업 등은 선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투명성 문제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재검토해 향후 대학 경쟁력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어떻게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지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민의당)은 축사에서 “토론회 제목이 ‘괜찮은가’인데 전혀 괜찮지 않다. 교문위 의정활동을 하면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 것이 사교육비 절감과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교문위가 그간 정답이 빤한 국정 역사교과서나 누리과정 문제에 소모돼 정작 중요한 내용을 다루지 못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진행방식 등 관련 문제를 짚어보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다루는 것은 매우 필요한 움직임이다. 대학을 줄 세우기한 교육부는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헌법에서 정한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해온 정책을 철회하고 대학의 경쟁력과 자유를 확대 강화하는 정책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웅래 의원과 유성엽 교문위원장을 비롯해 김두관·오제세·최명길·김병욱·정성호·이종걸·이언주·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많은 국회의원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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