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시 평가제외·국고지원 보장·정원 혜택 등 인센티브 강조
대학들까지 인센티브 늘려달라 요구…중하위 대학 중심 통폐합 도미노 가능성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교육부가 내년 상반기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올해 준비과정에서 대학 간 통폐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합 도미노가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17일과 18일 각각 전남대와 서울교대에서 개최된 권역별 토론회에서 교육부는 대학 간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재정지원사업은 유지하는 등 여러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1단계 ‘대학 특화전략’ 지표를 통해 학사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동시에 특성화 분야가 아닌 학문단위의 교원과 시설 등 인프라는 인근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해소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 18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수도·강원권 토론회에서 이해숙 교육부 대학평가과장(왼쪽)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특히 수도권과 강원권 대학들이 참여한 18일 토론회에서는 대학 간 통폐합 관련 질의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교육부는 질의에 앞서 평가대상에서 통폐합 대학들이 제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제외 대상은 1주기와 마찬가지로 예체능계열 및 종교계 신학대학 편제완성 2년 미도래 대학들이 절차에 따라 제외될 수 있도록 준용하겠지만, 추가로 대학 간 통폐합 시 공동전략 수립과 캠퍼스 기능 조정 등을 위해 평가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 간 통폐합 논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평가를 유보하는 방안, 평가대상 확정 전까지 통폐합 신청서를 접수하면 제외하는 방안 등을 쟁점 사항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주기에서 평가제외 대학들은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등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었지만 2주기에서는 통폐합 대학에 한해 재정지원이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보건의료계열 정원을 행ㆍ재정적으로 우선 지원하고, 통폐합에 따른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대학구조개혁법에 포함돼 있다.

18일 토론회에 참석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실제로 통폐합 시 인센티브와 유불리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교육부와 정책연구진 모두 2주기 평가 결과 상위권과 하위권을 구분해 하위권을 1주기보다 강력한 정원감축 등을 단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데다,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 비중이 40~60%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하위권 대학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로서는 통폐합 대학을 평가에서 제외하는 대신 정원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중 통폐합 유형 및 입학정원 감축기준 관련 별표 1의 3에 따르면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이나 산업대학과 통폐합 할 경우 4년제 과에 대해 입학정원을 20%, 일반대학과 산업대 통폐합은 입학정원 25% 이상 감축하도록 했다. 산업대가 전문대학과 통폐합 시 전문대학 입학정원을 60% 이상 감축해야 한다. 다만 수업연한이 3년인 과는 입학정원 40% 이상을, 4년인 과는 입학정원 20%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일반대학 간, 전문대학 간 통폐합은 최근 3년간 평균 미충원 입학정원 이상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면 된다.

▲ 18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수도·강원권 토론회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의 진지한 표정.(사진=한명섭 기자)

오히려 대학관계자들에게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보장한다면 통폐합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평가결과 하위 대학으로서 정원을 대폭 줄이고 국고지원까지 제한되는 위험보다는 적극적으로 통폐합 방안을 모색해 생존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이날 참석한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같은 재단 산하에 있는 대학이 약 20군데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강력하게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한 사립대 관계자는 “통폐합 관련 인력을 감축하고 장학금 지급률이 떨어지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국가장학금 2유형 신청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현재 평가를 앞두고 장학금을 경쟁적으로 따내려고 몰리는 상황인데, 통폐합 대학에 대해서도 2유형 신청자격을 보장해준다면 통폐합 논의가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 역시 “2주기 구조개혁에서 통폐합 유도는 상당히 큰 비중”이라면서 적용 가능한지 검토한 뒤 해당 과에 제안하겠다고 답했다. 국가장학금 외에도 다른 재정지원사업에서 통폐합 대학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폐교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담긴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기다리기보다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는 발언도 나왔다. 또한 통폐합 이후 구성원들에게 해산장려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이하 학교에 해당되는 사립학교법 제35조2항을 대학까지 포함될 수 있도록 개정해달라고 요청한 대학 관계자도 있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대학구조개혁법 제정 추진 노력과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을 병행하기 위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간 계류된 대학구조개혁법과 마찬가지로 사립학교법 개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통폐합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 한시적으로 허용해 절차를 진행하도록 한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할 계획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통폐합이 행ㆍ재정적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내부방침을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학 간 통폐합 외에도 인근 대학 간 연계를 독려해 장기적으로 통폐합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지표에 담겼다. 교육부는 1단계 평가에 포함된 대학특화전략 지표는 각 대학들이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인근 대학과의 공동연계를 통해 인프라를 공유하는 대학에 가산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A분야 특성화 전략에 따른 학사구조개편을 유도하면서 정원조정, 학과 정원 이동, 대학원 정원 전환 등을 유도하고, 특성화 학과가 아닌 B분야 교원들은 B분야 특성화를 추진하는 대학에 보내는 식으로 맞교환 또는 다자 연계를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역시 대학 간 연합체를 꾸리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최근 국립대 연합체 재추진 논의에 불을 지핀 국립대학혁신지원(PoINT·포인트) 사업까지 더해져 국립대 연합체 논의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포인트 사업 2유형에서는 한 대학이 아닌 대학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적 물적 인프라를 공유하거나 학점 교류 등 협력을 강화하는 대학에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일반 국립대뿐 아니라 공립 전문대학인 지역 도립대학들도 동참할 수 있다며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도 대학 사이, 학과 사이 칸막이를 줄여나가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어, 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하는 올 한 해 대학간 통폐합 및 연계 논의가 다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경성대와 동서대는 대학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고 서울지역 대학들은 학점 교류를 강화하기로 해 교육부가 혁신 모델로 거론한 바 있다. 교육부의 대학간 연계 유도 방침이 뚜렷해지자 대학들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국립대 중에서는 강원대와 충남대, 경북대, 전북대 등은 각각 강릉원주대, 공주교대, 대구교대, 전주교대 등 인근 소규모 국립대와 연합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17일 전남대에서 충청호남권 토론회가 열린 다음날인 18일에는 건양대와 군산대, 원광대가 공동연구 및 인재양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육부는 추후 통폐합 의사를 철회할 경우 추가 평가 또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분류하겠다면서 통폐합 드라이브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배수진을 쳤다.

이해숙 교육부 대학평가과장은 “의외로 대학에서 통폐합 관련 관심을 많이 보여 놀랐다”면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경쟁이 아닌 연계협력과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대학에서 이해해주길 바란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2월 공청회까지 구체화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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