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숙 (본지 논설위원/ 사이버한국외대 일본어학부 교수(교무처장))

바야흐로 글로벌·사이버 혁명시대다. 이는 정보·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구촌 소통의 시대’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국가 간의 경계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 모든 게 정보통신(IT)의 혁명적 기술혁신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며 앞으로 그 파장이 우리 생활의 어디에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시와르 씨는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오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중앙아시아의 오지, 키르기즈스탄의 사브린사씨는 한국의 중고 휴대전화 수입을 문의한다. 또한 몽골의 카나트씨는 고비사막 초원지대에서 방목하는 염소 털로 만든 캐시미어 의류제품의 한국 수출을 타진하고 네팔에 사는 케샤브 카리키 씨는 수시로 한국의 등산 마니아들과 히말라야 등반 관련 정보를 교환한다. 이런 일들이 스마트폰의 페이스북, 카카오톡, 왓츠앱, 바이버 등 메신저들을 이용해 실시간 무료 화상대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바로 곁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 언어 간의 소통 장벽은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등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해결해 주고 있다. 이와 같이 IT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위시한 사이버 공간의 확대는 글로벌 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점에서 글로벌 시대와 사이버 시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의 혁명적 기술혁신은 전 세계인에게 지식 정보의 공유와 평준화를 가능케 해 소수의 사람들만이 정보를 독점하고 활용하던 아날로그 시대는 먼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이제 스마트폰 시대의 뒤를 이어 AI(인공지능)와 VR(가상현실)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할 날도 머지않았다. 여기에 생체이식 기술 등 첨단 바이오기술이 결합해 인체에 장착하게 된다면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은 서로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이는 교육 현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와 책상 위의 컴퓨터가 사라지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을 필요성도 없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공간이나 강의시간이라는 개념도 바뀌게 될 것이며 학습자들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가 곧 학습장소가 되고 필요한 정보나 강의내용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대학들은 오프라인 교육에서 사이버교육으로 발 빠른 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최근 스탠퍼드대학, MIT, 하버드대학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무크(MOOC)를 통해 최고의 강의 콘텐츠를 무기로 교육시장의 글로벌화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는 자칫 한국 고등교육의 정체성 상실을 초래하는 위기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의 고등교육이 이와 같은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재상을 바꾸어야 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정보와 지식은 인공지능(AI)이 해결해 주게 될 것이므로 기존의 암기위주, 지식위주의 교육방식은 그 효용성을 상실한다. 이들 정보통신 기기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으로 방향을 잡고 창의성과 독자성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틀을 짜야 한다. 둘째, 오프라인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글로벌·사이버 환경에 부합되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으로 일대 전환을 꾀하기 위한 과감한 교육인프라 투자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셋째,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해외 교육기관들의 교육 글로벌화에 맞서기 위한 방편으로 글로컬리즘(global+localism)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만의 독창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등교육법 등을 비롯한 관련 법령 정비를 서둘러서 과감한 투자 확대를 통해 사이버 시대에 맞는 교육환경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이 알파고와 3국 종료 후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데 대한 공포감을 가지기도 했다. 200년 전 바이런 시대에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기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비슷한 상황이 존재했다. 앞으로도 'IBM Watson'처럼 인공지능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도 결국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며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할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의 말처럼 최종 승자가 인류가 되려면 고등교육의 역할이 절실하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