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대학, 사전 협상 중으로 밝혀져…고려대 법인 측 부인

주변 시세로 최대 1200억까지? “실제 협상액 수준, 공시지가도 안 돼”
2010년에도 협상하다 결렬, 부속 중·고등학교 운영 원인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고려대가 국민대와 정릉캠퍼스 부지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학교법인인 고려중앙학원은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릉캠퍼스 내 보건과학대학이 안암동으로 2015년 1월 이전한 이후, 사용하던 토지와 건물이 사용되지 않고 비어있고 현재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연구개발 콤플렉스인 ‘KU 매직’이 건물 한 동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보건과학대학의 기존 부지와 건물에 대해 토지 측량, 감정평가, 처분 의결, 처분 허가 등 절차를 거쳐 처분을 추진할 계획”임을 보고했다.

고려중앙학원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에서는 처분을 추진해보겠다는 보고였지 무엇이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현재 부지 매각과 관련해 진행된 것도 없다. 감정평가도 받아야 하고 교육부 허가도 받아야 한다. 아직 시작단계”라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미 고려대는 국민대와 사전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상황은 매매가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양 측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기초적인 단계로 알려졌다.

협상과 관련된 한 관계자는 “현재 양 대학이 정릉캠퍼스 부지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단, 매매가 등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측에서 보건대(부지)를 팔려고 하는 의사가 있다. (캠퍼스 확장과 관련해)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고려대 법인 측은 “매각과 관련해 진행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대는 그동안 김포시와 캠퍼스 설립MOU 등을 추진하는 등 여러 확장 계획을 추진했다. 여러 대안 중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났던 김포캠퍼스 구축의 경우 구성원들의 반대가 심해지고 캠퍼스가 만들어져도 단과대학 등이 아닌 연구시설 정도만 옮기는 쪽으로 추진돼 최근 김포시와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정릉캠퍼스 부지 매매가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시 부동산정보조회에 따르면 고려대 정릉캠퍼스 부지 면적은 2만8926㎡다. 지난해 해당부지 공시지가는 ㎡당 179만7000원이다. 단순합계로만 따져도 519억8000만원이다.

주변 매매가 수준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주변 부동산 취재 결과 정릉캠퍼스 주변 매매가는 평당 1400만원 정도(㎡당 423만5000원)였다. 이를 정릉캠퍼스 부지에 적용시키면 약 1225억원이다. 이미 세워진 건물들까지 생각하면 매매가는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양 대학 간 매매 협상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에 매각이 불가능한 교육용 부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부지 내 고려대 부속 중·고등학교가 매각 협상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등학교 부지나 운영은 고려대 측이 계속 가지고 있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대 관계자는 “법인이 중·고등학교 운영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 부지는 (협상에서) 빠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매매가에 대해서도 “학교 부지 등 여러 사정이 있다보니 공시지가보다도 더 낮은 수준에서 이야기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릉캠퍼스 부지 전체의 공시지가인 약 500억원보다도 낮은 가격에 중·고등학교부지까지 빠지면 실제 매매가는 더욱 낮아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지난 2010년경에도 양 대학은 정릉캠퍼스 부지에 대해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중·고등학교 인수 및 운영 건으로 결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요 보직에 있던 한 관계자는 “흔히 가격차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들 알고 있는데 실제로 성사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고려대 부속 중·고등학교 때문이었다. 고려대 측은 중·고등학교 부지와 운영권까지 넘기려 했고 국민대 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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