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 전국대학평가협의회 부회장

최근 우리나라 온라인에서는 주목할 만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의 번역기 경쟁이다.

수백만 은하계 언어를 이해하고 통역해주는 SF영화 스타워즈의 C3PO와 같은 로봇이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귀에 넣으면 우주의 어떠한 언어라도 이해하게 해주는 생물인 바벨 피시가 갑자기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듯하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의하면 2015년 한국인의 해외 출국자는 연 1931만명으로 해외여행자유화 조치 첫 해인 1989년 121만 명의 약 15배다. 시장조사업체 TNS와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6년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은 91%이다. 만일 해외여행이 가능한 전 국민의 스마트폰에 음성인식기술이 더해져 성능이 더욱 좋아진 실시간 번역기가 탑재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MOOC의 확산으로 전세계 최고 석학들의 강의를 자신의 손 안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언어로 수강하고 이를 통해 학위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 대학은 어떠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인가?

2009년 애플 아이폰 3GS의 등장 이후 세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삶의 양식의 변화는 에릭 브린울프슨과 앤드루 맥아피가 <제2의 기계 시대>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서서히 그러나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개발 중인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갑작스럽게 확산되면서 한국사회의 구조를 급격하게 변화 시킬 수 있음을 예고한다. 우리는 점차 앞으로의 사회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에 의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구조개혁은 무엇을 위한 대학구조개혁이 돼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수많은 논쟁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자원 감소가 우리나라 대학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가 해결된다면 우리나라 입학자원 감소가 해결되고 이에 따라 대학의 생존이 보장되는가? 역으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고등교육 유학생 수는 2012년 기준 450만 명이다. 2000년에서 2012년 동안 그 수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연평균 7%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의 IIE(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의 Open Doors 리포트에 따르면 2015-2016학년도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6만1007명이고 이 중 53.6%가 학부 재학생, 27.2%가 대학원생이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세계 가전업계 1위와 같이 여러 상품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경쟁력을 길러내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유독 교육만은 그러한 상품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는 왜 우리나라 대학들은 국내외에서 매력이 없을까에 대해 교육부 당국과 각 대학이 스스로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더욱이 실업과 신용불량으로 대변되는 청년실신시대에 대해 사회와 정부 그리고 대학 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으며 앞으로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우선 질문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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