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행·재정적 인센티브 요구…부실대학 연명 비판도 예상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천주연 기자] 같은 재단 산하에 있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통폐합이 올해 가시화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대학간 통폐합 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재정지원사업에도 배제하지 않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2월 1일 기준 고등교육법상 원격대학 외에 다른 대학과 함께 같은 재단 또는 설립자 산하에 있는 재단 수는 24개다. 일반대학 두 군데 있는 인천가톨릭학원(인천가톨릭대와 가톨릭관동대)을 제외하면 23개 재단(또는 동일 설립자) 산하에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섞여 있다.

교육부 구조개혁 기본계획은 3월 중 확정될 예정이지만, 지난달 권역별 대학구조개혁 토론회에서 교육부는 통폐합 시 여러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전문대학이 일반대학과 통폐합할 경우 전문대학 입학정원 60%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수업연한이 3년인 과는 40% 이상, 4년제 과에 대해 입학정원을 20% 감축해야 한다.

동일재단 산하 대학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산하 대학이 모두 상위권일 경우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독자생존이 가능한 상황에서 통폐합해봤자 여러 갈등 소지를 안고 있고, 일반대학으로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일반대학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실제 통합논의를 진행했다가 갈등을 겪었던 정석인하학원(인하대, 한국항공대, 인하공업전문대학)과 원광학원(원광대, 원광보건대학)은 이번에도 난색을 표했다.

▲ 백석대 전경

그러나 이미 현실화된 대학 위기에서 통폐합을 해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대학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법인은 백석학원이다. 이 법인은 백석대(일반대학)와 백석문화대학(전문대학), 백석예술대학(전공예술대학) 등 세 개 대학을 갖고 있다. 통폐합 시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하도록 법령상 보장된다면 적극적으로 통폐합할 수 있다는 의사도 복수의 관계자가 밝혔다.

이정기 백석대 기획처장은 “두 대학이 통폐합할 경우 정원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등록금 수익이 줄어 재정난이 필연적인데, 교사(건물)를 100% 확보한 대학이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변경해준다면 통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홍하 씨가 설립한 4개 대학, 서남대(일반대학) 신경대(일반대학) 한려대(일반대학) 광양보건대학(전문대학)은 동상이몽이다. 구재단 측은 지난해 서남대와 한려대를 통폐합하고 의대를 폐지하는 정상화 안을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교육부가 이번 2주기에서 통폐합 대학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한 것도 이홍하가 설립한 네 개 대학의 통폐합부터 성사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서남대와 다른 세 대학들은 생각이 판이하게 달랐다. 신경대 등 다른 대학에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고 통폐합 하기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서남대는 설립자가 횡령했던 330억원을 내고 대학을 인수할 재단을 여전히 모색하고 있다. 서남대 한 보직교수는 “그렇게 통폐합을 하면 설립자에게 이익을 주게 되는 꼴”이라며 “인수를 원하는 대학과 면밀히 논의해 따로 통폐합하는 것만이 우리 대학이 살 길이라 여기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중하위권 대학들은 눈치보기와 간보기가 한창이다. 2주기 평가도 피하고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부가 실제 인센티브를 어디까지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항이 빨리 확정돼야만 영양가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호남지역의 한 전문대학 보직교수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통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옛날처럼 모든 대학이 살아남기 어려우니 동일재단에서 합칠 필요는 있다”면서 “다만 대학들의 재정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만 제대로 통합이 될 수 있다. 정원조정이 필요하다면 그 역시 재정 면에서 다른 문제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 지역 전문대학 기획처장은 “대학들은 통폐합이 맞다고 보겠지만 사학법인은 쉽게 놓지 못하는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예민하다”면서 “단지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약하고, 강력하게 통폐합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우려되는 문제도 있다. 부정비리 또는 하위권 대학들이 통폐합을 추진해 평가에서 제외될 경우 정책이 여론의 역풍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지난 1주기 평가에서 이홍하 씨가 설립한 대학들과 수원대-수원과학대학, 상지대-상지영서대학은 모두 하위대학으로 분류돼 재정지원 제재를 받았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지원본부장은 “하위대학 통폐합에 평가제외와 재정지원 등 혜택을 주게 되면 부실대학 연명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중위권 대학들도 통폐합 관련 인센티브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면서 “물리적인 통합이 아닌, 체질을 개선하고 건전한 대학으로 거듭나려는 통폐합에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 동일 학교법인 대학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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