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많은 기회vs학위만을 위한 전과 의견 갈려

전공은 세분화된 지식, 깊이 있는 배움 필요하다는 지적도

▲ 성균관대에서 열린 청년취업 오작교 프로젝트. 전과제도는 학생들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는 측면도 있다.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도모하고자 도입 준비 중인 4학년 전과제를 두고 현장에서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 4학년 때도 전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기존에 2ㆍ3학년만 가능했던 전과가 4학년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4학년 학생들은 정해진 전공 학점만 이수하면 해당 학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취업 준비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4학년임을 감안해 수업시수를 자율화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학점을 획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초 공포 즉시 시행된다고 밝혔으나 세부 사항을 두고 설명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하는 관계로 대학들은 오는 2학기부터 4학년 전과제도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4학년 전과를 허용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다. 청년채용의 문이 점점 좁아지면서 4학년이 돼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공과 강의 선택의 기회를 확대해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도 전과를 한 인원은 총 1만4723명으로 2014년 9959명에서 대폭 증가해 전과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학년 전과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문봉희 숙명여대 교수(컴퓨터과학)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큰 변화"라며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장동식 고려대 교수(산업공학)는 "전과제도를 열어두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학위만을 따게 돼 깊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위만을 따기 위한 전과 제도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취업 역량을 강화하려면 전과한 학문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재진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는 "미국의 경우 부전공만 해도 1년 내내 열심히 하는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며 "전공이란 것은 아주 세분화된 전문지식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배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한 채 대학을 직업 양성소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취업이 안 되는 건 경제와 노동시장의 문제인데 자꾸 대학의 잘못으로 몰아가려 한다"며 "현실 문제는 놔두고 대학만 직업 양성소로 바꿔봤자 큰 효과를 거두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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