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다. 국내 상황을 보자니 여전히 대통령 탄핵 정국이 순리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자니 세계 초강대국이자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유학생과 이민자들을 밀어내고,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에 반발해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공약 이슈는 주로 경제와 외교ㆍ안보에 쏠려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출마 선언 전에 서울대 폐지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교육부 폐지론을 내세워 화제가 됐지만 새롭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에서 갈라져나온 바른정당을 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사교육 폐지론 외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2012년 대선을 다시 떠올린다. 여야 대선후보 교육공약의 근간은 ‘반값등록금’이었다. 지난 4년의 국가등록금 정책은 ‘고액 등록금 주범’으로 몰려 받은 벌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대학의 목소리는 허공에서 흩어지는 것 아닐까 우려된다.

대학들은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한목소리로 재정난이 심각하다고 외쳤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해관계에 치우친 목소리로 치부했다. 대학을 내세워 교육부를 비판하거나 지역구 이득을 챙길지언정, 대학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할 의지가 있었는가.

제1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고등교육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장은 지난 2일 고등교육 정책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국회 상임위 내 고등교육소위원회 설치를 적극 제안해 추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역시 대학보다는 대학 구성원들이 주축이 된 교수 학술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조 의원은 “교육행정체제를 개편하고 대학 구성원의 지위와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교육부 폐지론을 암시하기도 했다.

비록 공약 설계 기간은 짧지만, 올 상반기는 대학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다. 사회가 대학의 목소리를 듣게 하려면, 대학들은 이해관계를 철저히 내려놔야 한다. 대신 자성과 변화의 의지를, 포용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구성원들의 고통, 구조적 문제점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 24일에는 차기 대교협 회장이 선출됐다. 차기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2개월이 매우 중요하다. 현 회장인 허향진 총장은 지방ㆍ국립대를, 차기 회장인 장호성 총장은 수도권ㆍ사립대를 대표한 총장으로서 대학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내는데 나서야 한다.

또한 구성원 단체와 소통도 해야 한다. 어떤 대학과 국가를 만들어갈 것인지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의지를 내보이지 않는다면 ‘교육부 2중대’라는 조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 총장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말만 하더라는 뒷담화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5년도 대학은 죄인처럼 여론의 지탄을 받고 통제 빌미만 주게 될지 모른다.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대의를 위해 소수의 의견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우선 과제를 추려 정당성을 획득하자는 것이다.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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