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무역의 나라, 크고 넓게 세상을 바라보길"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지난 2016년은 한성대에 많은 변화가 있던 해였다. 교육부 구조개혁평가에서 재정지원대학에 지정되면서 위기를 맞은 한성대는 구성원들의 피와 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상한 총장은 국내 최초로 전면적 문·이과 통합 선발과 학과를 없애고 트랙제를 신설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한성대는 재정지원대학에서 해제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문·이과 통합 선발과 트랙제 등 새로운 토대 위에 다시 시작하는 한성대는 융합을 내세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상한 총장으로부터 교육 개혁과 비전을 들어봤다.

- 취임 후 약 1년이 됐다. 그간의 소회는.
"작년 2월 1일 총장이 됐는데 꼭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많은 변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간 것 같다."

- 대학마다 구조조정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 절벽과 학령인구 감소로 정부 차원에서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과 연관시키려 하고 있다. 한성대는 구조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정부의 구조개혁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학교로서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 향상이다. 이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면 평가에서도 저절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은 물론 학교 내부 사정도 만만치 않다. 나는 대학 구조개혁이 하나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 출발점에서 학생들이 사회진출을 하기 위해 한성대가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고 본질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 다른 대학에 비해 내세우고 싶은 한성대만의 경쟁력, 특성화 분야가 있다면.
"한성대는 창의적 전문인, 윤리적 사회인, 열린 세계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창의적 전문인의 경우 한성대는 대한민국 어느 대학보다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데 최대한 자율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실 고등학생 때 자기 일생을 살아갈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하나의 전공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현재 교육과정을 보면 대학 입학 당시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고 나면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한성대는 학과를 없애고 트랙제를 도입했다. 수시에서는 단과대학별로 학생을 뽑고 정시에서는 문·이과 구분 없이 선발한다. 1학년 때는 공통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하고 2학년 올라갈 때 자신이 원하고 필요한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IT까지 2개 트랙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4학년 때까지 트랙제를 열어놔 자기 적성과 사회적 수요를 고려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학교처럼 기존 학과들을 쪼개고 붙이는 인위적 융합이 아니라 학과의 벽을 완전히 허물고 문·이과 구분 없이 2개 이상 트랙제를 필수로 도입해 학생 스스로 다양한 융합교육을 받을 수 있다. 복수의 학위를 받을 수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의 질 향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트랙제는 산업계와 연계된 실무형 교육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장기 근무를 하며 실무 경험과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윤리적 사회인과 열린 세계인 양성을 위해 한성대는 여러 가지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뿐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들이 입학 후 졸업까지 이력관리를 하게 한다. 또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우수할 경우 장학금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성대는 한성대만이 갖고 있는 특색 있는 교육을 실시한다. 부동산 자산과정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으며 뷰티, 매니지먼트에 용기제작까지 포함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학부 과정도 만들었다. 다문화 전공과 환경, 도시 재생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스마트 그린 신산업 과정도 만들어 학생들이 접할 수 있다."

- 이러한 과정에서 학내의 반대는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기존 다른 학교에서도 교육과정을 융합화하는데 갈등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차라리 학과를 전부 없애고 학생 선택권을 100% 보장하게 했다. 우리 트랙제는 정원이 없다. 학생들이 선택을 하지 않는 트랙은 없어지거나 다른 트랙과 합쳐진다. 교수들이 트랙을 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무한경쟁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트랙제가 더 활성화, 내실화 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실제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트랙제를 설명하는 각 트랙별 부스 50여 개가 있었는데 교수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3일에 걸쳐 열띤 설명회를 가졌다. 사실 변화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교수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 트랙제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4차산업의 핵심은 융합인데 공대생에게 관리나 운영, 인문적 지식을 가르쳐 기업에 내보내면 기업에서도 좋아할 것이다. 아직 시작 단계라 결과물보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며 기업과 학교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개발할 것이다. 사실 트랙제가 우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서 배울 곳도 마땅치 않다. 다만, 열심히 할 것이고 성과도 기대되니 지켜봐 달라."

- KDI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만큼 상당히 구체적으로 교육 발전에 애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트랙제 성공 사례를 대학사회에 많이 파급시켜주었으면 한다. 현대사회는 윤리적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한성대 역시 윤리적 사회인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말씀드리고 싶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인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주변의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를 융합해야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SNS처럼 단편적인 관계가 아니라 실제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가 융합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지역과 같이 하는 봉사, 해외 봉사 등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부여해 학생들이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또한 고전을 많이 읽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고전을 통해 관계에 대한 이치를 생각해보고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소모임이나 교과 개발, 장학금 수여 등을 생각 중이다."

- 한성대는 지역사회 봉사가 특히 많은데.
"개인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학생교육,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기여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취임 때도 한성대가 지역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대학은 상생해야 한다. 한성대 근처는 한성 성곽 때문에 재건축이 제한돼 있어 소득 수준이 낮은 이웃들이 있다. 이분들을 위해 김장 봉사와 마을 벽화 봉사, 또 우리 학교의 인재와 시설을 이용한 미용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를 공부시키는 튜터링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면서 실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시민대학을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ㆍ역사 교육을 하고 있으며 정보화 사업을 통해 컴퓨터 기술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학부에 신설된 컨설팅 학과를 기반으로 지역 중소기업과 융합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서울시가 지정하는 캠퍼스타운에 선정된 만큼 학교 주변에 창업 빌리지를 건설하고 학생과 지역 주민이 모여 함께 취ㆍ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다."

- 해외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한성대는 다양한 해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성과도 거두고 있다. 우선 학생들을 해외에 보내 언어교육을 시킴과 동시에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어학 능력, 글로벌 마인드 함양과 동시에 학점 취득도 가능해 사회 진출을 위한 시간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해외 인턴십을 운영해 현지에서 인턴으로 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미국 디즈니랜드와 계약을 맺어 학생들을 6개월간 인턴으로 파견하고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와 같은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 앞으로 남은 재임기간 중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 강조한 트랙제를 정착시키고 싶다. 그래서 학생들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아울러 현재 대학에 닥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총장이 되고 싶다. 학생이 가고 싶고 학부모가 보내고 싶은 대학, 재정적으로 튼튼한 대학, 이러한 발전의 기틀을 만든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 앞으로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 현재 학생들이 일자리 때문에 어찌 보면 가장 불운한 세대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어려운 시절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현 신입생이 입학해 졸업하게 될 4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나아지기도 힘들어 보인다. 나는 열린 마음을 갖고 크게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무역의 나라다. 요즘 학생들이 국내, 그것도 수도권에만 갇혀 있는데 전국,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면 길이 있다고 본다. 좌절하지 말고 어렵지만 인내하고 노력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 이상한 한성대 총장은 …
1952년 부산 출생. 1978년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과 1989년 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
박사를 했다. 1999년 한국주택학회 회장을 맡았으며 2001년 주거복지연대 이사, 2007년 국토해양부 장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다. 1989년부터 한성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해 왔다. 2005년 교무처장, 2007년 대학원장을 거쳐 2016년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김석준 발행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구무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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