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법인 이전으로 비어 … 교육부, "갤러리·대관은 비교육적"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덕성여대가 법인사무실 이전으로 비어 있는 종로캠퍼스 양관의 활용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양관은 사적 257호로 지정돼 있는 운현궁으로,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인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성장한 곳이다. 최근 인기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공유 분)의 집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초 이 곳은 덕성여대 학교법인 덕성학원의 법인사무실로 쓰였다. 1912년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운현궁 양관은 석재와 목재를 혼용한 2층 벽돌조 건물로 프렌치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됐다. 궁의 내부는 목조마루로 돼있고 난방장치로 벽난로가 설치됐다. 건물 전체는 완전대칭형으로 설계됐다.

1946년 한때 백범 김구 선생이 2층 사무실을 집무실로 사용하기도 한 이곳은 1948년 덕성학원에 인수돼 본관으로 쓰였다. 덕성학원 법인사무실이 안국동 해영빌딩으로 이전하기 직전까지 이곳은 덕성학원 사무실과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등으로 쓰였다. 2006년 방영된 드라마 '궁'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다.

법인사무실이 이전하면서 덕성학원은 이곳을 갤러리 등 문화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양관의 아름다운 미관을 살리면서 소정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대학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교육부가 운현궁 양관의 갤러리 활용에 난색을 표하면서 활용방법이 미궁에 빠진 상태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교육부는 양관을 갤러리 등으로 사용할 경우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유치원·초등학교의 교육환경을 저해하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수익용 재산 용도변경 승인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대학 법인사무국장은 “종로캠퍼스 내에 영ㆍ유아교육시설이 있는 경우 교육부에서는 시설 허가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과거 영유아시설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돼 평생교육원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양관 활용방안으로 양관을 덕성여대 건학 100주년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운현궁 양관을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본부·역사기념관으로 활용하고 일부를 육사당과 연계해 전시공간·대관 등 수익사업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100주년기념사업을 충분히 검토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사는 “운현궁 양관을 수익사업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이사 역시 “운현궁 양관은 설립자와 차미리사 선생, 대외적 성과물에 대한 자료를 집약한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 최병완 사무처장은 “갤러리는 원점에서 다시 얘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운영에 대한 이견 등이 조율이 안됐다. 갤러리를 못할 이유는 없지만 영ㆍ유아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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