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학과 정원 조정 등 학사구조개편과 해외취업 교육으로 노선 변경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천주연 기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와 한진해운 파산 선고를 앞두고 군산지역과 부산지역 대학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규모 실업과 취업률 하락 우려로 신입생 유치도 어려워 비상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대학들은 현 정부가 지역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공약으로 두 전략사업을 소생시켜야 한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현 위기를 극복하고 또 바뀌는 산업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각 대학들은 학사구조개편과 교육전략 수정, 실업자 재교육에 나서는 등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 해운물류학과들 “정원 감축·실업자 재교육 적극 지원”=부산지역은 오는 17일 한진해운 파산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항만물류 산업이 직격타를 맞으면서 한진해운 노동자 3000명 외에도 연관 산업체까지 1만여 명의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벌써 부산지역 대학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해운물류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들은 지원자가 줄고 입학성적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졸업생 취업률은 당장 급락했다. 조선업계 위기로 부산지역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공학계열정원까지 줄이겠다는 대학들도 나왔다.

동명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항만특성화를 해왔고, 인력배출도 매년 100명 가까이 됐다. 국제물류해운학과가 취업 등 전 영역에서 전체 대학을 주도해왔는데 갑자기 어려워졌다”면서 “부산지역 주력 사업인 해운물류와 조선 관련 전공에 많은 정원을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학 차원에서도 현재 논의 중인 학사구조개편 과정에서 정원감축 등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영산대 관계자 역시 해운항만물류학과가 타격을 받고 있어 걱정”이라며 추후 확장 예정인 김해 신공항 수요에 대비하는 전략까지 감안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9월 부산지역 대학 총장들이 해운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결국 손쓸 수 없게 돼버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조선해양 전공인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언제 다시 경기가 반전될 지 모르니 인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호환 총장은 “한번 사라진 해운산업 네트워크를 다시 회복하려면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산업수요가 급격하게 변해 위협이 됐지만 세계경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인력을 꾸준히 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을 잃은 고급 조선 해운인력들의 재취업을 위한 재교육을 담당하겠다는 대학들도 나오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달 조선 퇴직기술인력의 재취업·교육을 위해 173억원을, 퇴직기술인력을 활용한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70억원을 투입하고, 산자부는 지역대학생과 지역기업 일자리를 매칭해 주는 ‘희망이음’ 사업 대상자에 조선업 퇴직인력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동명대 관계자는 “지역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도 총장 뜻에 따라 재취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면서 “산자부 지원도 받아 가급적 지역경기 침체를 막고 실업자들의 재교육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양대 “해기사 해외취업 교육 강화”=해기사를 양성하는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도 당장 입학자원을 확보하고 취업을 보장하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항만 분야 전문가인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두 대학에서 700여 명의 해기사 인력을 배출해왔고, 보통 90% 이상 해운업에 취업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70%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국내 업체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 해운업계로 취업이 가능하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해양대학들은 다만 해기사들이 3년간 국내선박 승선하면 군복무를 면제하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공길영 교수는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대선 유력주자들을 설득해 해외 취업시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학생들도 나서서 “군산조선소 존치해달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소식에 대학과 학생들도 ‘살려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주요일간지 1면 광고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군산국가산단경영자협의회, 전라북도, 군산시, 전라북도의회, 군산시의회 등이 주도로 내건 현대중공업 전북 군산조선소를 존치 호소문에 군산대와 군장대학, 전주비전대학 총학생회도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군산조선소 폐쇄는 전북 경제 몰락을 의미하며, 군산조선소와 함께 꿈을 키워온 도내 조선관련 학과 대학생과 기술계 고등학생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것”이라며 “대선에서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해 어느 당, 어느 후보이든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대선공약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문병영 군산대 조선공학과장은 “졸업생 10~12명 중 2명 정도는 꾸준히 현대중공업에 취업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공부하려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학과도, 학생들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군장대학 총장은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협력업체까지 약 4000~5000명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태다. 조선학과 입시 타격이 상상 이상으로 크고, 졸업 후 취업했던 학생들도 돌아오는 실정”이라면서 “우선 자동차학과와 조선학과 계열을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전문대학들이 6개월~1년 단위 재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특히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영어교육과 취업연계까지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군산대와 군산시, 군산국가산업단지 전북본부, 지역 기업체 등 19개 기관은 지난 8일 산학협력관에서 ‘군산지역 산학연관 협의체’ 협약을 체결하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정책개발·신기술 개발·신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전략산업에서 벗어난 신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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