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 이의용 국민대 교수

우리에겐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세 번이나 된다. 신정, 설 그리고 봄. 개학을 앞둔 교사나 교수들은 지금쯤 “어떻게 하면 새 학기 수업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일 것이다. 여러 대학에서 교수법을 강의해오면서 정리한 ‘좋은 수업 만들기’를 10가지로 압축하여 제안해본다. 

(1)항상 따뜻한 인사로 수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하자. 인사는 소통의 문이다. 따뜻한 인사는 즐거운 수업의 예고편이다. 인사 익히는 게 학생의 인생에서는 수업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2)당일 수업 내용 예시(Preview)로 수업을 시작하고, 당일 수업 내용 요약(Review)으로 수업을 마무리하자. 수업은 여행이다. 어딜 가는지 알아야 여행이 재미있다. 예시와 요약은 수업 내용을 두 번 더 만나게 해준다.

(3)학기 초에 학습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인별 학습목표를 세우고, 종강 때 성취도를 진단하자. 의사는 모든 환자에게 같은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교수는 모든 학생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한다. 학생 스스로 그 과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진단을 해보고, 공부할 목표를 세우고, 한 학기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하게 하자. 진단지가 필요하다.
(4)학생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언어를 사용하고, 학생의 이름을 최대한 기억하고 불러주자. 교수 중에는 국내외 명문대 출신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력이 화려한 교수를 만나면 쉽게 위축이 된다. 문제는 이분들이 그 눈치를 제대로 못 챈다는 것. 그래서 무심코 학생들의 학력이나 학교를 폄하하고, “다 알지?”라며 어렵게 가르치고, 이해하지 못하면 질책을 한다. 이럴 때마다 최종학력이 ‘고졸’인 학생들은 절망한다. ‘이 학교’를 ‘우리 학교’로, ‘수강생’을 ‘내 제자’로 여길 때 그 존재를 ‘몸짓’에서 ‘꽃’으로 기억할 수 있다. 학생과 교수는 ‘한 팀’이 돼야 한다.
(5)수업 준비는 충실하게, 수업 내용은 항상 업그레이드하자. “지난 시간에 어디까지 했지?” 이런 질문은 수업 준비를 안 했다는 자백이다. 지난 학기와 똑같은 수업 내용은 유통기한 지난 상품과 다를 바 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말 빼놓고 모든 것은 변한다.
(6)일방적인 강의를 지양하고 질문과 대화, 조별 토의 등 상호작용으로 학습자를 수업에 참여시키자. 수동적으로 보고 듣고 외우는 인풋(in put) 학습은 하루 지나면 80~90%가 사라지지만, 능동적으로 말하고 쓰는 아웃풋(out put) 학습은 80~90%가 남는다. 혼자 하는 공부보다 여럿이 하는 공부가 효과적이다. 교수 혼자 강의만 하는 수업을 목메달 수업이라면,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말하고 묻고 답하는 수업은 금메달 수업이다.

(7)평가는 공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하자. 운이 좋아서 성적을 잘 받는 기적은 없어져야 한다. 평가도구는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학생을 출제와 평가에 참여시켜보면 어떨까? 암기력에 의존하는 지필고사 외에 논술, 구술, 태도 등으로 평가를 다원화하는 건? 무감독 시험은? 어쨌든 기억력 타고난 학생이 늘 좋은 성적 받는 구조를 깨야 공평해진다. 수업은 예술(Art)이 아니라 과학(Science)이다. 교수가 조금 더 고생하면 평가는 한층 더 공정해진다.
(8)수업 시작하고 마치는 시각을 잘 지키자. 학생들은 정시에 시작하여 5분 전에 마치는 수업을 가장 좋아한다. 반면에 늦게 시작하여 늦게 끝내는 수업을 가장 싫어한다. 제 시각에 마쳐줘야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9)수업 내용이나 진행방법에 대해 학생 의견을 경청하자. 수업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오히려 학생들이 좋은 수업 방법을 잘 알 수도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자.
(10)다음 수업을 위해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자. 칠판에 필기한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교실, 책상 의자가 무질서하게 놓인 교실, 아무도 없는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빔 프로젝트도 켜져 있고, 에어컨도 혼자 신나게 돌아가는 교실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한국대학신문 한국대학신문 기자] 학생은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Message)만이 아니라, 그의 삶의 태도와 방식(Messenger)도 배운다. “나는 학기말에 학생들로부터 어떤 교수라는 말을 듣고 싶은가?”라는 자문을 하며 멋진 개강을 준비해보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