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상 울산대 교수(조선해양공학부)

[한국대학신문 이한빛 기자] “처음엔 진한 취미로 시작했던 음악이었다. 그런데 악기와 이론 등을 배우면서 취미로 끝나선 안 될 정도가 됐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이제는 남은 인생을 걸고 본격적으로 음악에 도전하고 싶다.”

▲ 윤범상 울산대 교수
이번 달을 끝으로 40여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윤범상 울산대 교수(조선해양공학부)는 정년 후의 인생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공학교수와 음악, 잘 연결되지 않는 조합이지만 윤 교수는 학창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통기타와 팝송으로 대표되던 시절이었는데 여느 학생들처럼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통기타 리사이틀에 참여했는데 가수 최병걸과 방송인 임성훈이 출전했던 경복고 팀과 붙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윤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교관을 거쳐 1980년부터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처장과 부총장 등을 지냈다. 음악을 계속했지만 취미생활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 음악이 찾아왔다. 2010년 59세의 나이로 피아노를 배우게 된 것이었다.

그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1979년부터 했었다. 하지만 교수활동과 유학생활 등으로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채 31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나 자신을 꾸짖는 꿈을 꾸게 됐다. 이번에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피아노와 함께 음악이론을 공부하던 윤 교수는 음악과 수학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다. 화음과 멜로디의 진행을 도형이나 3차원 입체로 표현하는 하모노그래프(Harmonograph)에서 모티프를 얻어 거꾸로 도형을 음악으로 재생할 순 없을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는 음악이 건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화음은 건물의 기둥 역할을 하고 멜로디는 기둥과 기둥을 잇는 보의 역할을 한다. 기둥을 어디에 설치하고 그 기둥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도형적 접근기법을 통한 작곡에 흥미를 느끼면서 윤 교수는 퇴임 이후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올해 서울디지털대 실용음악학과에 편입해 본격적인 학업을 시작했다.

“그냥 음악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나태해질 것 같았다. 그동안 학생 시절, 교수 시절을 다 거쳐봤지만 학생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생각해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 지난 12월 윤범상 교수의 은퇴기념 콘서트 모습

은퇴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콘서트도 가졌다. 직접 사회를 보고 피아노와 기타를 치며 노래도 하는 등 ‘음악인 윤범상’으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윤 교수는 음악을 공부하면서 도형을 통한 작곡법 연구와 실버 발라드 작곡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년층이 부를만한 발라드가 없다. 한이 담긴 노래나 트로트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들의 젊은 시절의 사랑과 안타까운 마음 등을 담은 실버 발라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BS뮤직이라는 이름의 작업실을 열고 음악공부와 작곡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음악과 수학의 연관성에 관심 있는 제자도 육성할 계획이다.

공학교수에서 음악인, 음악학도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윤범상 교수. 그는 마지막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분야를 도전해보라고 강조했다.

“정년을 앞두고 인생 제2막을 어떻게 살지 3년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동안 하던 일의 연장선을 선택할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음악을 선택했다. 은퇴 후 자신의 미래에 확신이 없다면 자신이 전공했던 분야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새로운 것을 도전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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