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학교차별금지법 국회 공청회…학력 인플레 해소·사교육 경감 기대

교육부·대교협은 "신중해야"

▲ 지난달 28일 열린 출신학교차별금지법 공청회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이 대학 신입생 출신고교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신학교로 차별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출신학교차별금지법)' 공청회에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출신학교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은 대학의 입시에서 출신 고교를, 기업의 채용에서 출신 대학을 기입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안의 토대를 만들고 입법운동을 했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출신학교라는 낙인으로 학벌이 조장되고 학력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조사한 '사교육비 의식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 1위는 '출신 대학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안상진 부소장은 "입시와 채용에서 출신학교가 과도하게 영향을 주니까 더 높은 학벌을 갖기 위해 무한경쟁하고 학부모들의 노력이 사교육비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19세에 대학 진학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진로를 찾아가는 긍정적 부분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출석한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는 이 법이 위헌 여부가 없다고 봤다. 임지봉 교수에 의하면 헌법학계에서는 최근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에서 평등의 의미를 상대적 평등으로 보고 있다며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은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헌법 11조 1항 2문 '모든 국민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차별받지 않는다'의 경우,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은 예시일뿐 다른 사유를 통한 차별도 행해져서는 안되며, 지금과 같이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등이라는 기본권은 그동안 국가의 공권에 대한 방어권으로 여겨졌으나 현대 사회처럼 사학이나 대기업처럼 국가에 버금가는 거대 권력을 가진 사적 집단에 의해서도 행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지봉 교수는 "이 법안은 위헌성은 없으며 오히려 헌법 제11조 1항을 구체화해 헌법에 잘 부합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명채 대학입학지원실장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정명채 실장은 "교육과정을 보면 출신고교를 알 수 있는데 학교명을 지우면 오히려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선발될 수 있다"며 "일반고 사이에서도 비교과나 교내 프로그램이 다양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안의 취지에는 동감하나 대입전형 운영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훈 정책기획관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학교명을 삭제했을때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기에 어렵거나 당초 취지에 반대로 운영될 수 있어 대학이 논술이나 구술 등으로 옮겨가면 오히려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진 질의에서 의원들도 법안의 취지에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으로 입시에서 다른 제도가 나올까봐 걱정이라면 그렇게 안하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학교가 아니라 학습을 어떻게 받았는냐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입시 도덕성에도 맞다"고 말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대학이 계량화된 점수로 너무 쉬게 학생들을 선발했다"며 "이 법안을 계기로 좀 더 좋은 선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 찬성과 대학의 역할론을 제기했다.

법안의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벌은 없애야 하지만 학력까지 없앨 경우 목표의식이 없어져 하향평준화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염동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법안으로 발생할 혼란은 없는지, 다른 사회적 시스템 개선과 같이 가야 할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이 나오게된 배경과 현실을 보면 대학 입시 과정에서 문제가 너무 컸다"며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면 교육부와 대교협이 현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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