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을 공립화 하면 하향평준화 우려…사립대 자율권 확대해야"

"가톨릭대만의 교양교육 강조, 학생들이 '나'를 찾도록 도울 것"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재정지원사업과 평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대학이 다 똑같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오늘날의 화두가 자율성인 만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대학을 특성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진행돼왔던 구조개혁평가와 정부재정지원사업들은 그동안 대학가에 크고 작은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부 주도의 인원 감축과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같이 특정 학문 분야에 집중된 사업들은 대학을 획일화하고 황폐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 취임한 원종철 총장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특히 종교의 이념을 바탕으로 가톨릭대만이 할 수 있는 '사랑, 희망, 기쁨'의 교육 방법에 대해 설명할 때는 눈빛이 빛났다. 대학 교육과 발전 방향에 있어 확고한 철학을 가진 원종철 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가톨릭대 총장이 되신 것 축하드린다. 가톨릭대 설립 취지와 지향하는 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가톨릭대는 역사적으로 150여 년 전 사제 양성을 위해 세워졌다. 한국인 사제를 양성해 토착화하고자 교회가 대학을 세운 것이다. 가톨릭대가 추구하는 근본적 지향은 인간에 대한 사랑, 존중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대학이 취업 걱정을 많이 하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직장을 얻는다 해도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면 보람과 기쁨을 얻을 수 없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보람과 기쁨, 희망을 근본적으로 찾을 때 취업도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가톨릭대는 근본적 의미의 교양교육에 역점을 두는 대학이다. 아마 다른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전교생에게 종교 관련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교 홍보를 하러 다니면 가장 많이 묻는 것이 교수ㆍ학생을 신자만 뽑느냐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개인의 종교를 존중하며 채플과 같이 의무 수업을 하지 않는다. 한 학기에 한 번 개강 미사를 하는 정도다. 다만, 하느님을 믿으라고 학생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으나 그리스도에서 중요시하는 가치관들이 있다. 이웃사랑이나 더불어 사는 삶,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편이 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이며 가톨릭대에서는 교양교육을 통해 이러한 점들을 강조하고 가르치고자 한다."

-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의미와 가톨릭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화, 국가, 종교를 초월해 보편적 사랑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종교는 인간이 지닌 근원적 질문과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왔다. 종교란 우리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이자 우리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다. 복잡하고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종교에서 강조하는 영성이 중요하다. 가톨릭대 역할은 학생들이 일반 교육과정에서 진리의 요소들을 배우고 그리스도인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내 정세에서 보듯 영성을 갖추지 않고 지식만을 추구하면 본인은 물론 공동체에도 기여하는 인재가 될 수 없다. 가톨릭대는 생명존중, 평화와 정의, 봉사, 문화적 대화 등을 통해 지성과 인성 뿐 아니라 영성을 갖춘 윤리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다."

- 가톨릭대는 그간 다양한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고 구조개혁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정부의 국고지원사업과 평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국고지원사업의 규정을 보면 교육부가 간섭을 할 수밖에 없도록 돼있다. 그 규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대학이 다 똑같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과거 중고교 평준화를 생각해봐라. 상향이 아니라 하향평준화의 우려가 있다. 평준화를 시키지 않았다면 일반고가 지금의 자사고나 특목고보다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약 80%가 사립대인데 지금 교육부가 하는 국고지원사업이나 평가, 특성화를 보면 전부 공립화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사립을 공립처럼 운영하려 하면 하향평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공립은 공립답게, 사립은 사립답게 운영하게 하면 미래가 밝다. 우리나라 사립대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구조조정이나 특성화 등을 대학에 맡기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장기적 차원에서 국고지원 사업이 많은데, 우리 정체성에 맞는 사업에만 뛰어들어야겠다고 본다. 그동안의 국고지원사업은 돈에 목표가 치중돼있었다. 나는 가톨릭대를 더 가톨릭대답게 만드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사업에 지원할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사업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 사업이 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설득할 것이다."

- 총장께서 지난달 직접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하셨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하는 인격 훈련이 중요한데, 학생들은 어느 정도 참여했나.
"방학임에도 학생과 직원 약 200여 명이 참가했다. 직접 봉사활동에 참가해 놀란 점은 학생들이 자기 친구들을 데려오고 교수와 직원들이 자녀를 데려와 같이 봉사활동을 한 점이다. 연탄 하나 들기도 버거운 어린 아이들에게 이러한 봉사활동을 체험케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학교는 베풂, 나눔, 생명이라는 뜻의 '베나생' 교과목을 통해 전교생이 반드시 음성 꽃동네 마을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투덜대는데 막상 갔다 오면 세상에 관심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한다. 봉사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얻어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 봉사를 통해 자기중심적 세상에서 벗어나고 평화와 사랑을 바탕으로 공존할 수 있다."

- 가톨릭대 의대는 예부터 명문대로 알려져 왔다. 가톨릭 의대의 특성화 방향은 무엇인가?
"가톨릭대는 예부터 안과가 경쟁력이 있었다. 故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 안구를 적출한 주천기 교수도 우리 대학 소속이다. 안과와 함께 백혈병 치료도 우리 가톨릭 의과대학이 앞서가고 있다. 아울러 호스피스 치료의 역할이 중요시되면서 호스피스 부문을 우리 의대가 특성화 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인간이 죽어갈 땐 외롭고 고독하고 불안한 상태이며 경우에 따라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수녀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잘 도와주면 돌아가실 때 천사 같은 표정으로 임종을 맡게 된다. 임종을 도와주는 특별한 역할이 우리가 갖고 있는 자부심이다.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종교 자체가 죽음의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답변 아니겠나. 잘 돌아가시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교회와 우리 대학 병원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의대는 생명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낙태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며 배아줄기세포처럼 인간의 생명을 갖고 실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 국내에 가톨릭대가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 있는데 서로 협력하면 각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연합체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
"가톨릭계 대학 중 우리 대학과 서강대, 대구가톨릭대, 부산가톨릭대가 종합대학이고 나머지는 신학대다. 종합대이든 신학대이든 교회가 갖고 있는 윤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이 분명하다면 끊임없이 협력을 해나갈 것이다. 지난해에는 일본에 있는 가톨릭대 학생들을 초대해 같이 봉사활동도 했다. 앞으로 역할이 주어진다면 협력할 것이다."

- 부천지역에 여러 대학이 있는데 지역사회 대학들과의 협력계획은?
"미래 사회는 통합과 융합이 중요하다. 나만 알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사회가 바뀌었기 때문에 학과의 틀에 갇혀 있지 말고 벽을 허물어야 한다. 아울러 대학 간 벽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각자는 강한데 협력의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지역총장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눈 공유대학을 서울에만 국한하지 말고 경기도, 나아가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 학연산 협력체제가 강조되고 있다. 가톨릭대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성심교정은 경기도, 부천시와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경기도와는 경기지역혁신센터(GRIC)와 MOU를 맺어 연구에 있어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부천시에서는 시가 주최하는 영화제나 만화 축제에 우리 학교 미디어콘텐츠 전공 교수들이 협력해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천시와 문화콘텐츠융합스퀘어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지와 같은 하드웨어를 부천시가 제공하고 입주 단체 유치, 기술 및 인력 개발 양성 등 소프트웨어는 가톨릭대가 담당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천지역 벤처기업 19개사와 가족회사 협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지역에도 도움이 되지만 학교에도 도움이 된다. 학문이라는 것이 구체성이 없으면 안 되는데 산학연계를 통해 학생들에게 실습과 같이 실제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다. 가톨릭대는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지역과 면밀히 협조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단기적 계획보다는 장기적 계획이 중요하다. 내가 임기로 있는 4년 동안에 무엇을 하겠다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나무를 심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를 보고 대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 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요즘 세대를 보면 나에 대한 고뇌 없이 부모의 선택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선택할 때도, 직장을 구할 때도, 배우자를 고를 때도 부모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진정으로 자신을 알고 발견해야 일에 대한 보람, 삶에 대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나만 봐서는 나를 알 수 없다. 친구, 자연, 우주 속에서 나를 비교해봐야 한다. 취임사에서 나를 찾는 대학을 강조했는데,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서 자신을 알아가고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 원종철 총장은…
1958년 출생. 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동성고 교도주임, 1986년 돈암동 천주교회 보좌신부, 가톨릭스카우트 지도신부 및 연맹장을 지냈다. 1996년 가톨릭대 교직과에 부임했으며 인간학교육원 총무, 인간학교육원장, 교직과정 주임, 인간학연구소장, 기획처장, 교육대학원장 등을 거쳐 올해 1월 총장에 취임했다. 저서로는 《인간학》이 있다.

<대담=김석준 본지 발행인 / 정리= 구무서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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