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거, 치열한 경쟁 공정한 선출 … 성숙한 민주주의 보여줬다”

“진리를 탐구하고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구해 행복한 세상 만들어야”
“지식·과학기술의 발전소 역할 자임 … 4차 산업혁명, 사람이 중요해”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전남대의 교목은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아무리 척박한 땅에 있어도 단단히 뿌리를 박고 큰 나무로 성장한다. 그 아래 많은 사람이 모이고 소통한다. 전남대 학생 모두가 느티나무처럼 크게 성장하고 대학인이 대학의 본령을 지켜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정병석 전남대 신임 총장(59, 사진)은 인터뷰 도중 계속 느티나무를 강조했다. 느티나무의 그늘 아래 대학과 사회가 함께 소통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이상향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13일 취임한 정병석 총장은 취임사에서도 “상식과 순리,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예측 가능한 대학행정으로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따뜻한 학문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며 “학생들이 느티나무처럼 자라나 인생의 마지막에 웃는 승리자가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장으로서 처음 새 학기를 맞이하는 정병석 전남대 총장을 지난달 23일 전남대 총장 집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 취임한 지 한 달 보름 지났다. 소회는 어떤가.
“어깨가 무겁다. 한편으로는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다. 취임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지역사회의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한결같이 ‘잘해라’ ‘잘해야 한다’고 해주더라. 여러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서 대학이라도 잘 방향을 잡아서 발전해야 한다는 주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이 잘하는 게 뭔가. 결국 대학의 본래적 기능을 잘 수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진리를 탐구하고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구하고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게 대학이 할 일이다. 그 책무를 맡았다고 생각한다.”

- 총장 취임과정에서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이를 한데 모아내야 할 텐데.
“함께 경쟁한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대학발전에 활용하겠다. 특히 소통기능을 행정의 핵심요소로 정립해 대학 경쟁력 향상의 동력으로 삼겠다. 구성원 간 갈등을 해소하는 조정기구를 설치하고 총장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학장과 부총장, 보직자들의 책임행정을 구현할 것이다. 지난 전남대 총장 선거는 간선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구성원 참여의 폭을 크게 늘렸다. 직선제와 다름없는 의사가 반영됐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총장 선출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했다. 민주주의의 성지인 전남대이름에 걸맞은 성숙한 민주의식을 보여준 선거였다고 자부한다.”

- 전남대는 대학 자체의 규모도 크고 지역사회와 접점도 많다. 리더로서 소통이 중요한데.
“민주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시대적 추세가 앞에서 끌고 나가는 권위주의적 리더십보다 함께 손잡고 뒤에서 받쳐주는, 그리고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이다. 총장과 직접 통할 수 있고, 대학본부를 직접 만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그런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다양한 정기적 조직을 통한 만남과 함께 비정기적으로 밤에 불을 밝힌 연구실이나 실험실을 방문하는 기회도 만들 것이다.”

- 전남대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있다면.
“지식과 과학기술의 발전소 역할을 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남대에 주어진 시대적 소임을 완수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여러 분야의 학문이 융합하고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이끌고 있다. 이 역할을 전남대가 해야 한다. 또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미래 동력인 연구력 증진을 위한 연구자 친화형 캠퍼스를 구축하고 학생들이 길게 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확립하겠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 풍부한 전공소양을 갖추도록 할 것이다.”

- 지난 수년간 전남대가 뛰어난 연구성과를 거둬왔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우선 연구력이 뛰어난 신임 교수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실험실 장비와 연구기자재 지원 등 신임 교수들의 연구기반을 탄탄하게 닦아줘야 한다. 우수한 연구실적을 발표한 연구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 그를 위해 연구자 친화형 캠퍼스를 구축하고 전남대 미래관을 설립해 미래를 이끌 융합적 연구와 실험공간을 확보하겠다.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과 연구원이 살아 숨쉬는 글로벌 리서치 허브를 실현하겠다. 또 대학에서 창조한 신기술을 사업화로 연결해 지역과 국가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산학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전남대 기술이전 수입액은 22억원으로 국립대 1위다. 산학협력과 기술사업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

-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전남대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학사제도 구축이 시급하다. 시대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130개가 넘는 전공분야를 운영하면서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를 키워내긴 쉽지 않다. 이미 대학 내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학사제도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이 안이 마련되면 학생의 선택권과 자율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인재 양성이 가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등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시대정신에 맞는 전공분야를 새로 만들고, 발전가능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개편해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

- 전체 대학 발전을 위한 제언도 부탁한다면.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이 주인이어야 한다. 지난달 1일 취임식에서 은사인 양승규 전 서울대 교수가 ‘물질문명과 첨단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 중심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4년 동안 전남대를 어떻게 운영할지 그 해답을 준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은 인간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교양이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고도화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그 능력을 갖춰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대학인의 책무다.”

-올해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지적을 바란다.
“국립대는 고등교육의 표준이다. 질을 유지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질적 기준이 돼야 하는데 여러 형태로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이 갈수록 줄고 있다. 교육재정은 늘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경쟁에 의해 국립대와 사립대 구분 없이 경쟁을 시키다보니 집중적으로 재원이 몰리는 대학이 나타나고 있다. 고등교육의 최소한의 질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 역할을 할 국립대 재원이 부족한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심각하게 고민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 총장께서 염두에 둔 인재상은 무엇인가.
“글로벌 사회 적응력과 접근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다. 무엇보다 시대를 앞장서 이끌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대학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사회 어느 분야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인식하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 그것을 앞장서 맞아야 한다.”

- 임기 동안 반드시 달성하고 싶은 정책이나 목표는.
“전남대가 희망의 느티나무로 가득한 숲이 되도록 가꿔보겠다. 전남대의 교목은 느티나무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온갖 풍상을 견뎌내는 나무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느티나무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다.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 많은 사람에게 넉넉한 그늘을 마련해준다. 학생들이 많은 사람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느티나무로 성장하는 꿈을 갖고 있다. 조금 느릴 수도 있겠지만 긴 호흡과 넓은 시야로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마침내 거목이 돼 있을 것이다.”

■ 정병석 전남대 총장은 …
1977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1981년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동 대학원에서 1983년과 1992년 석ㆍ박사를 했다. 1986년 전남대 법학과에 부임했다. 2005~2007년 전남대 법과대학장을 역임했고 2006~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2007~2009년 교육인적자원부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법학의 현대적 동향》이 있다. 〈독일법상 주식회사 감사회의 감독권에 관한 연구〉〈투자회사의 지배구조와 법인이사제도〉〈기업의 준법관리제도 도입방안〉등 논문을 썼다.

<대담 김석준 본지 발행인  / 사진·영상 한명섭 / 정리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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