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87곳 중 기숙사 수용률 50% 이상 6곳 불과

기숙사 밖으로 밀려난 학생들 신학기마다 방구하기 전쟁
4.5평에 머무는데 한 달 40~50만원…대학가 일반적 시세
대학생 주거권 누가 책임지나…주거 장학금‧임대료 합의 필요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는 학생들의 방 구하기 전쟁으로 북새통이다.

각 대학별 기숙사 수용인원이 실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 인근 자취방을 구한다. 이마저도 월세가 너무 비싸 적당한 방을 찾아 대학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밀려나곤 한다.

자취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학생들에겐 큰 부담이다. 비용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홀로 자취하면서 감수해야 할 위험이 많다. 주거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금전적인 손해를 당하기도 하고 대학생을 노린 각종 범죄에 쉽사리 노출되기도 한다.

비교적 안전하게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대학 기숙사는 수용률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서울시립대 기숙사 전경. (사진=윤솔지 기자)

대학정보공시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대학 87곳의 기숙사 수용률은 19.3%에 그쳤다. 수용률이 절반(50%)을 넘는 대학은 6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은 가톨릭대 제3캠퍼스와 서울교대, 총신대 등 3곳이 전부다.

입사 경쟁률은 수도권 대학 평균 1.2대 1로 나타났지만 5곳이 평균 2:1의 경쟁률을 보였고 서울시립대가 3.8대 1로 87개교 중 가장 경쟁률이 높았다.

■주거 시세 기숙사 14만원 vs 4.5평 원룸 40만~50만원= 어렵게 기숙사에 들어간 학생들은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들은 △가까운 학교와의 거리 △교통비 절약 △저렴한 관리비와 식비 △안전 문제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기숙사에 거주 중인 A씨는 “기숙사는 중앙통제시스템이어서 난방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자취하면 관리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기숙사 거주자 B씨는 “많은 학생이 모여 사니까 아무래도 소음이 약간 문제지만 견딜만하다”며 “지금 살고 있는 2인실은 월세가 14만원이다.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기숙사 내 식당도 연중무휴이고 식비도 3500원 정도라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숙사 거주가 좋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숙사 밖은 어떨까.

대학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이면 일반적인 시세라며 “신촌 같이 대학들이 밀집해 있고 역세권은 땅값이 비싸서 월세도 그만큼 더 비싸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한 대학가 주변에서 원룸을 구할 경우 지하나 옥탑(실평수 5평)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신축한 지 5년 이하(실평수 4.5평)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원, 10년 이상~20년 미만(실평수 5평)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의 시세로 나타났다.

▲ 대학가 인근 부동산에 게시된 매물 시세 광고 (사진=윤솔지 기자)

건물의 노후 상태에 따라 보증금, 월세가 오르는 것은 물론 관리비도 차이가 났다. 신축한지 5년 이하의 건물 원룸은 한 달 5만원(수도·정화조·인터넷 포함)의 관리비를 내야 한다. 월세에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최근에는 대학가 주변에 신축 원룸들이 무작위로 생겨나면서 월세가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학가 주변 주거형태가 하숙에서 고시원으로 최근에는 원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주택가 골목마다 ‘하숙’ 팻말이 붙은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요즘엔 하숙 찾는 학생도 거의 없다. 원룸을 많이 찾으니까 임대인들도 하숙보다는 원룸을 지어 임대한다. 원룸이 대세”라고 말했다.

■위험에 노출된 자취생들…대학이 주거권 책임져야= 이처럼 변화한 대학가 주거형태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은 월세도 문제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홀로 자취를 하는 여대생들의 불안감은 컸다.

학교 근처에서 4년째 자취 중인 여대생 C씨는 “택배를 시키면 낯선 사람이 집에 찾아오는 것이 무섭다. 나갈 때 문단속을 3번씩 한다거나 혹시라도 집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진 않은지 의심스러워진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다보니까 안전문제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숙사에서 살면 택배도 다 함께 받을 수 있고 출입도 통제가 되니까 안심될 것 같다. 기숙사 수용인원이 적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주거 공간이 밀집돼 있는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는 기숙사의 확충·신설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부지나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마찰과 갈등도 감내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이 학생 주거권 보장에서 손을 떼면 안된다. 

민달팽이 유니온 정남진씨는 대학이 기본적으로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대학 평가에 기숙사 수용률 반영 정도를 높인다거나 서울 내 대규모 기숙사 건립이 어렵다면 학생들에게 주거 장학금으로 대체해 지원하면 된다”며 “대학 측이 임차업자들과 임대료 규율에 대해 사회적 협의도 할 수 있다. 임대료의 일부를 학교가 부담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학가 주변 임대업자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그들의 반발이 걱정되기도 한다”면서 “우선 부동산 계약 시 어린 학생들에 대한 보호가 약한 현실이므로 그 부분을 먼저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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