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한국고등직업교육 혁신운동본부장(광주보건대학 교수)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화두가 되었던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자기 후보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잘 준비된 자임을 홍보하는 데 분주하다. 각종 매체를 통하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서 세계의 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물결이다.

다보스 포럼 대표인 클라우드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은 벌써 시작되었으며 1ㆍ2ㆍ3차 산업혁명에 비해 우리의 삶과 산업 전체에 쓰나미처럼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은 돌이킬 수도 없고 회피할 수도 없는 거대한 흐름을 이루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3차 산업혁명’의 IT 기술 등이 일자리를 위협했던 것보다 훨씬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고용과 직무역량 등에 전반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고 일자리에도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까지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새로운 일자리 200만 개가 창출되는 반면 기존 일자리는 710만 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등직업교육은 다양한 교육 수요자들에게 새로운 직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학사제도 유연화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의 감도는 매우 낮다. 외부에서의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2016년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각국의 준비상황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는 조사요소 중 교육시스템 수준에서 평가대상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교육의 우수성을 인정했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여러 직업을 가지게 된다. 직업 주기가 단축됨으로써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지고 재취업, 전직이 일상화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반교육에 치중하여 실용교육인 직업교육을 소홀히 해왔다.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도 OECD 평균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특히 대표적 고등교육기관인 전문대학 학생의 교육비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53.7%에 머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을 홀대하는 정책이 폐기되거나 전환돼야 한다. 특히 고등직업교육 체계는 새롭게 구조화되어야 한다. 효용성을 다한 수업연한과 설립목적에 따른 대학 구분을 없애고 고등교육기관을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새롭게 유형화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대학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정책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재정 투자도 형평성 있게 재조정하여 재정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정부부처에 산재돼 있는 직업교육과 훈련기능을 재정비하여 ‘4차 산업혁명’으로 초래되는 고용구조와 직업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고등직업교육 시스템의 구축은 미래의 과제가 아닌 오늘의 당면과제이다. 지금이라도 미래 사회변화에 대비하여 고등직업교육을 강화시키고, 성인학습자 대상의 평생직업교육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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