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 대통령 탄핵. 한 시대가 바뀌는 역사적 순간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학정책을 돌아보니 참담하기만 하다. 대학에는 상처만이 남았다.

최근 감사원에서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을 담당했던 교육부 공무원들에 대해 줄줄이 징계를 요구했다. 이례적으로 고위간부에게까지 중징계를 요구했다. 사실상 교육부 수장인 장차관 징계로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의 ‘오비이락(烏飛梨落)’.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교육부 공무원들과 대학 보직교수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상명대 특혜를 피하려다, 또 ‘교피아’ 총장 대학 특혜를 피하려다 이대 정유라씨 특혜 관련 특검수사와 겹치면서 본보기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들의 억울함은 차치하고서라도, 프라임 사업은 태생부터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 재정여건이 열악해진 상태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거액의 예산을 걸고 학사구조조정을 주문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줄여 사회수요가 많은 이공계열로 옮기는 대학에 최대 연 300억원까지 지원하겠다는 이 정책에 논란도 뜨거웠지만, 돈줄에 목이 마른 대학들에게는 바닷물도 오아시스였다.

예산권 없는 사회부총리는 힘이 없다. 황우여 당시 부총리는 기재부에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코어)사업에 프라임사업 만큼의 사업비를 매칭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프라임 사업 6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을 배정한다는 ‘갑질’이었다.

프라임 사업의 후유증은 교육부 관료들뿐 아니라 대학에 그대로 남았다. 프라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 끝에 탈락한 대학들, 선정 문턱에서 떨어진 대학, 급작스럽게 폐과된 학과 구성원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도화선이라 불리는 이대 미래라이프대 사태는 또 어떤가. 차기 총장 선출 합의안을 찾지 못한 채, 이대 학생들은 외상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블루리스트 의혹도 마찬가지다. 국립대 총장 선출 자유를 외치며 목숨을 끊은 고현철 교수, 1순위 후보자로 선출되고도 탈락한 후보자들, 2순위 후보로 총장 자리에 오른 이들까지 상처뿐이다.

대학들이 상처를 봉합하고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대학인들이 ‘자율성’을 ‘제1원칙’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이제는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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