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력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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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영화 '로건'이 화제다. 지한파 영화배우 휴 잭맨이 17년간 연기해온 인기 만화캐릭터 ‘울버린’을 마지막으로 연기하는데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도 훌륭해 연일 격찬을 받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잔혹한 액션신이 진홍빛으로 스크린을 물들이면서도 훌륭한 서사구조를 갖고 있어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영화 '로건'은 또 의미심장한 명대사들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전 서부영화 〈셰인〉(Shane, 1953) 마지막 장면에 등장했던 대사다. 대사를 그대로 읊어보자.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해. 어쩔 수 없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더군. 여기선 살인을 저지른 뒤 살 수 없어. 옳든 그르든, 그건 낙인이야. 돌이킬 수 없어. 이제 가서 엄마에게 말하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이제 이 계곡에 총은 더 이상 없다고.”

이 대사는 폭력의 목적보다 폭력 자체에 무게를 둔 대사로 읽힌다. 좋은 폭력과 나쁜 폭력, 정의로운 폭력과 부정한 폭력을 나누는 잣대를 허물어뜨리고 어쨌든 폭력은 기억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대사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는 언제나 그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이 주는 고통에 몸부림쳐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한 주는 한국사회에 많은 폭력이 아로새겨진 시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선고가 있었던 10일, 그리고 사다리차 3대가 동원된 대규모 ‘이사’에 서울대 학생과 직원이 정면충돌했던 11일까지. 공교롭게도 10일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취재하다 직접 구타당한 기자는 11일 긴박했던 서울대에서 직원과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장소에도 있었다.

폭력의 양극단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그날의 폭력을 기억하고 있다.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과 얻어맞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서울대 학생과 직원들 역시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썼다. 로건의 대사처럼 폭력은 낙인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사처럼 그 계곡에 총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차라리 행복하지 않을까. 광장에서도 그리고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산에서도 폭력은 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더욱 슬픈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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