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손쉬운 여론몰이 대상…직접적 타격 없을 것”

▲ 중국 내 한 단체가 한국마트 앞에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롯데배척, 애국심 고취'라고 적혀있다.(사진=OBS화면)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중국 내 반한 정서가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내 한인 유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 한인 유학생회에 따르면, 교내에서 중국인 학생들이 한국 유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사소한 시비가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까지 내걸었다. 이들은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중국 식당에서 한국인 손님을 거부하거나 길거리에서 시비를 걸어와도 피하자는 내용을 담은 건의안까지 교내에 배포했다.

한인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정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중국한인회에서는 성명서를 내고 “중국에서 학업에 정진하는 유학생 등 80만 한국인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한다”며 “사드가 중국 교민의 화합을 저해하고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내에서는 지난주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반한 시위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한국 마트 앞에서 열린 시위에는 공안이 출동해 해산을 주도하고, 몇몇 대학에선 시위 참가를 금지하는 공지를 붙이기도 하는 등 중국 정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한 감정을 가진 이들의 돌발행동으로 한인 유학생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들은 “하루가 지날수록 반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번화가에서도 반한 집회를 열고 갑자기 여권을 검사하기도 한다”며 “길거리에서도 싸움이 일어날까봐 무섭다”고 말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드 배치 보복이 유학생에게 집중되는 이유를 ‘가장 손쉬운 여론몰이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인도지역통상전공)는 “불안함을 가장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집단이 유학생들”이라며 “여론몰이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유통업과 서비스업 등이며 유학생도 그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경오 선문대 국제교류처장도 “한인 유학생은 어린 학생의 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감정 동요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대상”이라며 “중국 언론에서 유학생 대상 반한 감정 표출을 주로 다루는 것도 그 이유”라고 꼬집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4월 기준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전체 유학생 22만3909명 중 6만6672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중국에 머무는 한국인 유학생이 많으므로 여론 조장도 더 쉽다는 것이 전문가 해석이다.

일부 여론에서는 사드 배치로 ‘중국 유학길이 막히거나, 중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강제 귀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접적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경오 처장은 “중국도 학령인구가 감소해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상황으로 불안감은 가질 수 있겠지만, 중국에서 공부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귀식 한양대 교수(중국학과)도 사드 갈등이 중국 유학 문제로까지 번진다는 우려는 ‘성급한 판단’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내에 40만명 이상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고, 중국은 전 세계 유학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들이 사드 문제로 한국인 유학생을 차별대우하거나 받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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