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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국가의 역할김종백 홍익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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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9  21: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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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4년 전 부터 학문적 호기심과 학생들에게 지적 자극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학에서 디자인과 심리학의 융합교육과목을 개발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의를 하면서 대학에서 융합교육을 하도록 국가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만의 열정으로 교육내용을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제고하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발하고 사회적인 의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융합교육과 관련 교육과정의 개발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관련 법규와 제도를 만든다고 융합교육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교육의 핵심과제는 이제 하드웨어가 아니라 교육목표를 담아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내용이다. 즉, 교육 관료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융합교육을 다루는 학과를 설치하고 강의실을 만들고 기자재 구입 등으로 대학의 교육개선 노력을 평가하는 낮은 하드웨어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실제로 대학에서 융합교과 개발을 위해 여러 분야 교원들이 모여 자유스럽게 토론하고 고민하는 학습공동체의 장을 만들어 주는지, 융합교육과정을 개발하려는 교원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는지, 단순히 융합교육과정 개발을 여러 학문 분야의 교과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학문간 융합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비근한 예를 통해서 나는 한국 교육의 시급한 과제는 대학교육의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육을 비롯한 고등교육 부분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한국 대학의 순위나 기타 자료들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초ㆍ중등교육에 비교하면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질 낮은 대학교육의 현실은 대학의 눈부신 외형적 성장 뒤에 암운처럼 드리워진 교수와 학생이 만나는 교육 현장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 늘 정치인, 교육 관료와 학자들은 새로운 국가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교육 어젠다 발굴에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 내용들은 우선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이어야 하고 호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최근 구체적으로 대학교육 개선을 위한 여러 정책과 어젠다들이 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4차산업혁명' 혹은 '인공지능'과 같은 용어들이 언론 및 사회에서 자주 인용되면서 대학교육을 비롯한 교육혁신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교육을 걱정한다면 이러한 개념들이 얼마나 대중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말고 실질적으로 대학교육 전반의 개선을 위해서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를 자문해야 할 것이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까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그것이 가지는 교육적 의미, 영향, 문화적 적합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심층적 연구와 증거들을 참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교육목표로 삼는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4차 산업혁명 간에는 채워야 하는 넓은 괴리가 존재한다. 예상하건대, 과거의 전형적 방식대로 이루어진다면 교육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에서는 대학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대학은 알아서 그 넓은 간극을 메우게 될 것이다. 이 때 실적에 관심이 있는 교육부와 지원금을 통해 대학의 외형적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대학의 교실은 늘 소외될 수밖에 없다.

올바른 방식이라면 대학이 실제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가르치기 위해 어떤 교육과정을 개발했으며 학생들의 교육 경험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는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이 대학의 교육과정과 수업을 분석하지 않고 교육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하향식 교육 정책이나 어젠다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지금은 교육제도와 틀을 만드는 하드웨어나 행정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 내용을 만들어내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이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진 교육경영자와 정책입안자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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