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학이념 따라 인간성 중시하는 ‘도의실천 교육제’ 인증과정 운영

“학생불공과 지역친화, 지방대학의 위기극복 활로 될 것” 전망
법인 소속 3개 대학 간 소통과 협력 통한 네트워크 강조

[한국대학신문 이한빛 기자] “상아탑, 지식의 전당으로 불렸던 대학이 침체에 빠져있다. 특히 지방대학은 큰 위기를 맞았다. 앞으로의 대학은 학생을 중시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외국의 사례처럼 오고 싶은 지방대학을 만들고 싶다.”

학교법인 원광학원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그리고 사이버대가 모두 포함된 학교법인이다. 1946년 원광대의 전신인 유일학림을 시작으로 1976년 원광보건대학, 2002년 원광디지털대를 설립하며 종합사학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원광학원은 일찌감치 의생명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원광대는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약학대학, 한의과대학을 개설해 1만2000여 명의 의료 인력을 배출했으며, 원광보건대학 역시 보건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이버대인 원광디지털대는 국내 유일의 웰빙 전문 대학원을 개설하는 등 자연건강에 특화된 과정을 운영 중이다.

신명국 원광학원 이사장은 2013년 원광학원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교육정신인 ‘지덕겸수(知德兼修) 도의실천(道義實踐)’에 따라 학생들의 인성 강화를 추구해왔다. 신 이사장은 지역친화적인 대학 운영을 통해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지역을 대표하는 사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원불교 재단에서 학교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불교를 세운 박중빈 교조가 생전에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설립이 좌절된 채 돌아가셨다. 해방 이후 1946년 유일학림(원광대의 전신)가 설립됐다. 건학이념은 원불교의 개교정신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인데, 물질적 변화 속에서 도덕적 가치가 타락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물질의 풍요에 휩쓸려간 인간정신을 되돌리자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다. 지금 돌아보면 박중빈 교조께서 100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물질적 변화를 예상하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원불교 관련 수업은 대학에서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필수과목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독교 대학의 채플과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맞는 과정을 만들었다. 더불어 ‘도의실천 인증제’를 도입했다. 공동체 의식과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관과 실천 덕목을 담은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 국제 표준인 ISO26000도 인증받았다. ‘도의실천 인증제’는 전체 학생의 10% 미만 정도만이 인증을 통과한다. 과목을 이수하고 과목에 맞는 가치관을 실천한 학생에게는 인증서를 발급해 주고 장학금과 해외유학 등의 기회에서 우선권을 주는 만큼 학생들의 자부심이 크다. 인증제 외에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도덕교육원에서 교양교육을 실시하며 공동체 의식과 학생으로서의 소양을 심어주고 있다.”

- 의생명 특성화를 강조하며 원광대에 의대·치대·약대·한의대 등을 모두 설립했는데.
“의생명 분야의 특성화를 강조하며 의학과 보건관련 자격증 학과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그 결과 현재 대학에서 1년에 배출하는 의사가 250명에서 300명 정도다. 누적해서 보면 9000명 정도가 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인력들이 원광대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것으로 본다.”

- 사이버대인 원광디지털대는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나.
“2002년 설립 당시에는 게임대학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게임이 유망 분야가 됐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일렀던 것 같다. 현재는 의생명 특성화에 발맞춰 헬스케어나 웰빙과 관련된 학과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 원광대도 어느덧 70년이 됐다. 법인 이사장으로서 대학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느지.
“한국 대학이 성장기를 지나 이제는 침체기로 접어드는 과정이라고 본다. 대학의 환경 자체도 소위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 입시순위를 보면 지방 명문대도 포함돼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대학들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30년간 대학사회가 그렇게 바뀌어버렸다.”

- 이를 개선하고 탈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한 적이 있는가?
“두 가지 방안을 세워봤다.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역사회에 대한 유대다. 대학의 중심은 결국은 학생이다. 교수들이 학생에 한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교수의 역할이 학문을 전수하는 기능보다는 인간적 유대를 통해 학생의 장래를 설계하고 이를 조언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원광대에 보냈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판을 듣기 위해서는 학생을 부처님으로 알아야 한다는 마음인 ‘학생불공’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연대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지역사회를 모르는 교수들이 대학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교수들과 직원들이 지역문제에 관심 갖고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 대학에서는 지역 친화적 태도를 갖추며 성공한 대학이 많지 않은 만큼, 원광대가 그 선례를 만들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고 싶다.”

-일반대학, 전문대학, 사이버대를 한 법인에서 주관하려면 재정적인 부담도 클 것으로 본다. 
“3개의 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불교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해결한다. 그래서 재단 운영이 영세한 편이다. 교육부에서 법정분담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설립법인과 대학을 재정적으로 분리하면서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법인회계와 대학회계를 통일해야 한다. 법인소유의 땅을 학교에 교육하라고 줬는데 우리가 다시 쓰려면 내 땅인데 돈을 내야 한다. 한국 사학에 대한 교육정책을 보면 완전히 네거티브 정책이다. 잘못한 1%를 제재하기 위해 99%가 희생되고 있다. 사학의 이미지도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사례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데 건실한 대학들이 그런 부실 사학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규제도 많다. 어떤 일도 맡아서는 안 된다. 교수로서 수업을 맡아 진행해왔는데 갑자기 이사장에 선임됐다. 그런데 강의도 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인해 중도에 강의를 그만둬야 했다.”

- 우리 교육정책을 보면 너무 규제 위주로 돼있다.
“사학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건실한 사학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건실한 사학과 개인 소유 대학을 대물림하는 부실한 사학을 구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 대학이나 재단처럼 종교법인이 직접 설립한 사학들은 공공성이나 투명성이 높은 편인데 똑같이 취급당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이 교육부가 원하는 지표관리를 하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소홀히 하면 규제를 받는 정책 역시 문제라고 본다.”

- 2개월 뒤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교육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지방사학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전부 축소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율적으로 살리려는 토양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던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지방분권과 지방 살리기 형태로 정책적인 배려가 돼야 한다고 본다.”

- 학자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가 어느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하는지. 
“역사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인간의 자유나 평등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거슬러가는 부분도 있지만, 역사는 한걸음 한걸음씩 뚜벅뚜벅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 방향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앞으로도 자유와 평등을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

- 원불교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당시에 안동에 원불교 교당이 생겼는데 근무하시는 교무님께서 지극정성으로 학생들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국가나 사회, 인류를 위해 기여할 일을 하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을 갖고 싶어 원불교에 입교했다. 당시 받은 법명이 명국이다. 그래서 원불교와 재단 관련 활동을 할 때는 본명인 신순철 대신 신명국으로 사용하고 있다.”

- 본인의 인생관을 들려달라.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고 불성실하고, 무책임하면서 불공정한 일을 저렇게 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삶 자체는 떳떳해야 한다고 본다. 자기 신념과 믿음에 충실하면서 성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법인 이사장으로서 어떤 대학을 만들고 싶나?
“소통하고 협력하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법인에 처음 와서 보니 같은 법인 산하의 대학들이 지원사업에서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협력체계 속에서 특성화를 분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각 대학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주요 업무와 공통된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해나가며 학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점에 역점을 둘 생각인가?
“원광대에 학생을 보내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설립목표에 맞춰 학생을 변화시키는 인성교육에 역점을 둔 대학을 만들고 싶다. 교양과목이나 인증제 등을 운영하며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는 만큼 시간이 걸려도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 신명국 원광학원 이사장이 본지 이인원 회장(왼쪽) 환담하고 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 신명국 원광학원 이사장은…
1951년 안동 출생. 1976년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고려대 대학원을 거쳐 1987년 숭실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부터 원광대 사학과 교수를 맡아왔으며 2011년 원광대 교학부총장을 역임했다. 2013년 학교법인 원광학원 이사장에 취임해 현재 재임 중이다. 2014년 옥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동학농민혁명사》가 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사진 = 한명섭 기자 / 정리 =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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