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학생 사이 중압감 …교직원위한 심리상담프로그램 절실

[한국대학신문 황성원·윤솔지 기자] 지난해, 대학 교직원 2명이 ‘업무 과중’을 이유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교직원 A씨는 유서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대학 재정난으로 새로운 인력 충원이 어려워지자 홀로 많은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 모 대학 교직원 B씨는 감사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끝내 목숨을 끊었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는가 하면 매일같이 밀려드는 행정업무와 경직된 조직 분위기, 연중 상시로 돌아가는 대학평가와 감사, 야근과 주말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직원들은 과로와 우울증에 늘 노출돼있지만 이를 해소할 학내 소통창구와 문제를 해소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 대학구조개혁은 생존문제로 직결…학내 갈등 조정도 내 몫= 대학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교직원들의 업무는 더 과중해졌다. 실제로 이들은 일차적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른 부담감이 주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교수·학생과의 관계 유지에서도 많은 중압감을 느꼈다.

교육부 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 대학구조개혁과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한 대학 교직원들의 피로도를 언급하며 “평가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시작되면서 교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모 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대학 생존이 걸린 문제라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어느 대학이나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 대학은 기간인증평가제와 학사구조평가 준비가 맞물려 있어 바쁘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시행 이후 업무량이 1.5~2배가량 늘었다. 9시까지 야근은 예사고 주말도 파트별로 돌아가며 순환 근무하는 편”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무량은 느는데 인력은 부족하다는 게 교직원 사회 내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서울권 대학 일반직 채용 경쟁률은 평균 100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했다. 학교별 채용 인원이 고작 1~2명이었기 때문이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2010년 이후 업무 부담이 더 심해지고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나 재정지원사업에 쏟아야 할 노력은 늘어나는데, 실제 직원 채용은 10년씩 정체돼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교직원들의 우울증 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교수·학생 사이 갈등에 기인한 ‘감정노동’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년차 사립대 교직원 이주용(가명)씨는 한 학생의 계속된 민원으로 트라우마까지 호소했다.

그는 “자퇴했던 한 학생이 재입학을 하고 싶다고 전화해 왔다. 그런데 학교생활이 힘들어 자퇴했으니 입학금을 면제해달라고 했다. 안 되는 이유를 몇 번이나 설명했으나 듣지 않았다. 2주 넘게 매일 전화를 걸어오더니 나중에는 반말과 욕설을 섞어가며 인신공격을 했다”며 “나를 찾는 전화가 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손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사립대 학사지원팀에 근무하는 김민정씨(가명)도 “상사보다 민원 때문에 힘들다”며 “한 학생이 찾아와 졸업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개별 통보해주지 않아 졸업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상황을 설명했지만, 핑계를 댄다며 삿대질을 했다. 사무실 내부에서 한숨 소리가 들리고 눈총이 날아왔다. 결국, 학생을 사무실 밖으로 불러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민원도 상당한 부담이다. 대학원에 근무하는 조기완(가명)씨는 “한 교수에게 ‘행정부서가 이러니 학교가 이렇다’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논문 심사위원 위촉을 위해선 심사위원 이력서와 증빙서류가 필요한데 ‘우리끼리는 잘 아니까’ 서류를 생략해달라고 요구했다. 위촉된 적이 없는 교수이기 때문에 서류가 필요하다고 누차 말했지만, 나중에는 신청서 양식까지 잘못됐다며 따졌다. 결국, 언성을 높였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대학 교직원들의 늘어나는 스트레스는 공무원 못지않은 처우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별칭 뒤에 가려져 있었다.

▲ 전국 190개교 대학에서 학생생활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윤솔지 기자)

■ 학생 위주 상담시설에 ‘토로할 곳 없는’ 대학 교직원= 대학 교직원들은 이 같은 답답함을 터놓을 곳조차 없다고 호소한다. 학내 상담센터에서 심리 상담은 가능하지만, 학생 위주 시설이라 교직원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충청도에 위치한 한 사립대 학생생활상담센터는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의 심리상담도 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을 독려하거나 홍보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는 “교직원 상담 관련 행사는 폭력예방교육 정도”라며 “교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심리상담을 요청하면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학기엔 5명 정도 상담을 진행했다. 교직원 상담은 개별 요청으로만 진행된다”고 밝혔다.

몇몇 대학은 노조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직원들의 고충을 처리해주고 있다. 그러나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한 사립대 노조위원장은 “교직원들이 교내에서 상담을 받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법적으로 직장마다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오히려 비공식적으로 노동조합 차원에서 직원고충처리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초·중·고교 교사들을 위한 상담센터가 활발하게 운영 중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5월 힐링센터를 개원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심리상담까지 지원하고 있다. 신규교사와 퇴직을 앞둔 교사 등 상담을 희망하는 교원은 무료상담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구와 부산, 제주교육청에서도 이와 같은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시범 운영했고 올해는 인천을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수의 시교육청이 고등교육 교원에게 법적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자문가를 채용하고, 필요한 지원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대학 교직원을 위한 소통창구는 여전히 부재하다.

김영아 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용인대)은 이에 동의하며 “상담센터가 학생 위주 시설이다 보니 교직원이 이용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분이 많다. 이용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교내에서 상담센터 이용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많은 직원분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성을 갖춘 상담원이 근무하기 때문에 상담센터 활성화는 교직원 복지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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