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우 고려사이버대 교수(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학사운영위원장)

미국 대학 농구 최대의 축제인 ‘광란의 3월’이 시작됐다. 미 전역의 2만여 대학 농구팀 중에서 겨울철 예선을 거쳐 올라온 64개 팀만이 3월에 단판 승부 토너먼트로 치르는 미국 최대의 대학 스포츠 행사다.

한 달 만에 약 1조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는 이 대회는 미국 대학 선수라면 출전 자체가 평생의 자랑거리로 여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이 ‘광란의 3월’에 출전한 대학 농구 선수 출신이다. 미국대학스포츠위원회(NCAA)는 이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학생 선수에 대해 일정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경기력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출전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때 LA 레이커스의 전설적인 프로농구 선수인 압둘 자바도 UCLA 대학 선수 시절 성적 미달로 출전을 못하고 결국 프로로 전향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 국내 대학 선수들이 C0학점 이하 출전 금지 규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1972년부터 시행된 대학 특기자 제도는 ‘운동만 하는 학생 선수’라는 왜곡된 엘리트 스포츠 구조의 시작이었다. 운동만 잘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문화는 단 10% 정도만이 프로나 안정된 직업 진로를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사회에 뒤처진 인생을 살아야 하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학부모들은 정유라 사태로 인해 운동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옥죄어서 자녀들의 진로를 막는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이나 경기력이 떨어져서 졸업해도 대책 없이 진로가 막히면 이들 선수는 그저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 대학 농구대회에서 10번이나 우승을 했던 UCLA 존 우든 감독은 “코치는 농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인생도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강조해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우리의 지도자는 어떠한가? 어쩌면 승부에만 집착한 나머지 제자 선수들의 앞길을 내다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시험 답안지에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만 작성하고 나와야 하는 선수들은 어쩌면 학습권을 지도자에게 박탈당한 피해자들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학생 선수에게 훈련이나 시합 후에 학습 보충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식과 태도를 심어 주는 것도 선행돼야 할 것이고 이런 지도를 위해 따뜻한 애정을 갖고 보살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이버 강좌, 야간 수업 등 훈련이나 시합으로 인한 공백을 지혜롭게 메울 제도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선수들을 모두 성적불량자로 몬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둘 다 최고의 성적을 발휘한 우수 학생선수들을 수여하는 시상식제도가 있다. 여기에 응모한 선수들 중에서 평균 4.0이상을 취득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학업성적의 이런 극한적인 편차는 학교와 지도자, 학부모의 교육적 사랑이 편향적이냐 아니냐의 차이로 보여 진다. 훈련이나 시합에만 몰두하지 말고 사랑스런 제자선수들이 균형적 성장을 위해 학업에도 적극적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엘리트 운동문화가 수동적ㆍ타율적인 구조에서 선수 스스로가 좋아해서 즐기는 그래서 자율적ㆍ창의적 태도로 바뀐다면, 학점 규제나 출전 제한 조치가 없어도 자신의 인격과 재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학교 스포츠 환경변화가 변화가 아닌 정상화로 돌아가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도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스포츠 스타가 대통령으로 탄생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상상하고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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