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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심층대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서번트 리더십 몸소 실천할 것”‘기독교 민족대학’이라는 자긍심…대학 움직이는 동력
천주연 기자  |  heroine@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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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6  19: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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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역사에 기반한 특성화…IT·통일 분야 선두주자
구성원들과의 ‘소통’ 위해 ‘황준성의 신문고’ 만들어
2주기서 권역별 평가…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모교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해보자.”

자신의 모교를 위해 기도하던 한 교수에게 불쑥 이런 마음이 들었다. 정년을 3년 앞둔 어느 날이었다. 그는 총장선거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황준성 제14대 숭실대 총장의 이야기다.

황 총장은 숭실대와 인연이 깊다. 숭실대가 숭전대이던 시절 차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가 다시 귀국해 얼마 뒤 모교인 숭실대로 돌아왔다. 그는 숭실대 교수로 올 당시를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것에 감사했다”며 “총장이란 꿈은 단 1%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회상했다.

총장이 된 지금,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황 총장은 그가 믿는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구성원들을 잘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을 펼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총장이라고 해서 구성원들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을 겸손히 잘 섬기는 모습을 몸소 보이고 싶다”며 “이에 공감하고 저와 뜻을 같이하겠다며 자발적으로 학교에 봉사하는 교수와 직원을 만들어내는 게 총장으로서의 경영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 취임 축하한다. 올해 창학 120주년으로, 국내에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숭실대의 역사, 설립 정신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 대학은 한국 최초의 근대 대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120년의 역사는 한국 대학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기독교 민족대학이다.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강요받았다. 모든 대학이 학교의 존립을 위해 신사참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기독교 민족대학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하다 스스로 학교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한 자긍심은 10만여 숭실 동문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가슴속에 아주 강하게 맺혀있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그저 수많은 대학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대학을 움직이는 동력이며 가치다. 그 이면에는 1897년 베어드 선교사가 평양 대동강변에 작은 숭실학당을 세울 때의 기독교 정신이 녹아있다.”

- 조만식, 안익태, 한경직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눈에 띈다.
“우리 대학은 그간 국가와 교회, 두 개 축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해왔다. 우선 숭실 출신 가운데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생각하는 민족주의자, 애국자들이 많다. 고당 조만식, 안익태 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도 숭실 출신이다. 또 한 축은 기독교다. 신학대는 아니지만, 동문 가운데 2500명의 목사가 초교파적으로 교육의 영적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졸업생이자 대한민국의 영적 지도자인 한경직 목사를 빼놓을 수 없다. 제1 창학인 평양 숭실이 시작됐다면 제2 창학인 서울 숭실은 한경직 목사로 인해 가능했다. 건물의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은 이들을 기리기 위함이다.”

- 많은 대학이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숭실대는 역사적인 뿌리 위에 IT, 통일 등 몇 가지 분야를 특성화 방향으로 내세웠다.
“대부분 대학은 리더십이 바뀌면 새로운 특성화 전략을 짠다. 이와 달리 우리 대학의 특성화 전략은 그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수립됐다. 우리 대학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어진 게 많다. 전산계산학과, 벤처중소기업학과, IT대학 등이다. 처음으로 우리 대학에 전자계산학과가 신설되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전산화 작업을 한 인력의 절반 이상을 양성해냈다. IT분야에 대해 특화해나가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벤처중소기업학과는 현재 우리 대학에만 개설돼 있다. 이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1인 1창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평양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내건 특성화 방향은 바로 통일시대 융복합 창의적 인재 육성이다.”

   
-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화두다. 숭실대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인문학적 소양과 전문적 기술을 겸비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전문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됐을 때 선한 도구로 쓸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나가는 데 방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융복합 교육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학문 간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책 분야에는 △빅데이터 기반 IT·BT 융합인재양성사업단 △센서 네트워크 기반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사업단이 구성됐고, 자율분야에는 △ICT 스마트 소재·제품 산업 특성화사업단 △양자개념 기반 나노 소재 교육 중점사업단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IT와 빅데이터 산업에 대비한 국내 최초 학부생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최초로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 학부 학생들은 1학년 때는 교양교육, SW기초교육, 전공기초교육, 융합역량교육, 창의교육, 리더십 교육 등을 이수한다. 2학년 진급 시에는 △스마트자동차 △에너지공학 △정보보호 △빅데이터 △ICT 유통물류 △통일외교 및 개발협력 등 미래사회융합전공과 이에 참여하고 있는 20개 학과 중에서 하나씩 선택해 1+1체제로 해당 융합전공 및 주전공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 숭실대가 다른 어느 대학보다 강점을 가진 분야는 단연 통일 교육이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비전이나 계획이 있나.
“우리 대학의 통일 교육은 단순한 특성화 전략이 아니다. 시대적 사명이다. 돌아가고 싶은 우리의 모교, 평양 숭실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방면에서 통일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일부와 MOU를 맺고 2014년부터 ‘한반도와 평화통일’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개설했다. 한국 대학 최초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이론수업에 합숙캠프를 결합한 ‘숭실통일리더십스쿨’을 개최했다. 신입생 전원은 순차적으로 2박 3일간 문경에 위치한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에서 열리는 이 캠프에 참여해 통일과 학생 개인의 전공을 연결하는 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통일 분야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학부과정에 ‘통일외교 및 개발협력 융합전공’을 개설했다.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을 개원하고 산하에 ‘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를 세웠다. 여기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를 만들어 일반대학원 석·박사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대학 최초로 ‘(재)통일한국세움재단’도 세웠다. 우리 대학을 베이스로 한민족 디아스포라까지 포괄하는 민족통일교육 및 시민계몽운동을 전개해나가기 위한 전초 기지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통일부의 ‘통일교육 선도대학’으로 지정됐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대와 계층을 넘어 우리 민족 전체를 위해 통일교육 내용이 더욱 깊고 넓어지도록 앞장설 계획이다.”

- 과거 평양과기대나 연변과기대와의 교류가 있었던 거로 안다.
“맞다. 사실 이외에도 북한 측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창학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세워둔 계획이 두어 가지 있다. 하나는 김일성종합대학과의 교수 중심 학술교류 협약 추진이다. 순수한 차원의 학술교류를 통해 남북관계를 긴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평축구 유치다. 우리 대학은 축구로 유명하다. 이번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도 우승했다. 그 역사가 길다. 평양 숭실 축구는 1920년경 경평축구와 함께 시작됐다. 경평축구는 분단 후에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개최돼 분단된 설움을 달래던 애환의 축구경기다. 두 계획 모두 북측에 타진해봤지만,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더라. 통일부 등 국가 차원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회만 있으면 또 국가에서 인허만 해준다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 총장이 되면서 학사운영, 연구교육환경, 직원복지 등을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제학을 전공했다. 효율을 많이 따진다. 우리 대학에 44개 학과가 있다. 모두 베스트 원이 됐으면 하지만 바람이고 이상일 뿐이다. 우리 대학을 이미지메이킹하고 브랜딩할 수 있는 특성화 학과를 키울 수밖에 없다. 그에 맞는 학사운영을 하면서도 7+1 제도라든지 전과, 연계전공, 복수전공, 부전공 전면 개방, 융복합전공 등을 통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완전히 보장해주려고 한다. 우리 대학의 교수들이 낸 연구결과가 노벨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연구환경도 조성해볼 계획이다. 우리 대학을 IT 기반으로 한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거다. ICT 융복합센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직원의 복지개선 부분도 여러 가지로 구상하고 있다. 행정시스템의 효율화, 특별한 성과를 낸 직원에 대해서는 해외연수나 빠른 승진, 승급 등 비물질적인 차원에서의 복지 지원도 고려 중이다.”

- 소통이 화두다. 학내 구성원 등과의 소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이다. 총장이 꿈꾸는 비전과 구성원의 꿈과 비전이 일치되려면 그 중심에는 소통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과 소통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해나갈 수 없다. 그래서 소통을 잘하는 총장이 경영을 잘하는 총장이며, 소통은 대학을 이끌어가는 총장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 리더십 덕목 중 하나다. 교무위원회가 열리는 주간에는 교무위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결정해야 할 중요 정책이나 어젠다를 자연스럽게 꺼내 조율해나간다. 직원들과는 직급별로 소통의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당장 이달부터 팀장, 과장, 직원 등 직급별 간담회를 열고 정례화 해나가려 한다. 비정기적으로는 학내 식당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찾아가는 행정을 통해 소통할 생각이다. 학생들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도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황준성의 신문고’다. 숭실과 관련된 모든 사람은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해 글을 남길 수 있다. 그러면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려 한다. 온라인으로 해결이 안 될 경우에는 오프라인 약속을 잡아 만날 계획이다.”

   
▲ 본지 김석준 부회장과 환담하고 있는 황 총장.
- 교육부 정책 가운데 아쉬운 부분이 있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입학자원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건 대학들이 자구적으로 노력해서 극복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다 안 되면 대학이 스스로 아웃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주면 된다. 2주기 때는 권역별로 나눠 평가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좋지 않은 발상이다. 잘못하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 지방대학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환경이 좋은 수도권 대학들의 수를 줄인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예산이 부족해 교육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 지방대학에는 정부 지원을 더 해주면 된다. 그 후 결정은 수험생의 몫이다.”

- 이른바 ‘장미대선’이 본격화됐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학들 나름대로 정체성과 건학이념을 갖고 운영을 하면 그 위에 대한민국 고등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미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더는 규제적 메커니즘을 갖고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대학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는 급선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고등교육정책을 앞선 정책들의 연속 선상에서 개선 또는 변화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백지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길 권한다. TF팀을 구성해 선진국들의 고등교육정책을 분석,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도입해보는 방법도 있겠다.”

■황준성 총장은…
1954년생.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잠시 몸담았으며 지난 1993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국제통상대학원장, 사회과학연구원장, 교무처장, 경제통상대학장, 학사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초빙교수, 한독경상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1일 숭실대 제14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김석준 부회장 겸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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