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PRIME·평단 사업 등 기본계획 바꿔 대학 선정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부가 강조해온 공정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과 관리가 무너졌다. 선정평가 결과에 개입해 선정 대학을 재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평가가 끝난 뒤 기본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모두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깊숙이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 장관도 이를 직접 지시하는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야당은 국정농단 장본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교육부 개입이 개연성이 있다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23일 오전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화여대 재정지원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교육부는 지난해 청와대 교문수석실 지시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PRIME) 사업 선정에 개입해 선정 대상이었던 상명대 본교를 탈락시키고 선정 대상이 아니었던 이화여대를 선정해 55억원을 지원했다는 것.

당초 PRIME 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대학은 본·분교 동시 신청이 가능했다. 상명대는 본교와 분교 모두 PRIME 사업에 지원해 선정권에 올랐다. 교육부는 2단계 대면평가 직후 2016년 4월 22일 평가실사를 맡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대학별 평가점수와 순위가 포함된 평가 결과를 받아보고 기본계획상 대형 유형에 선정 예정이던 300억원 지원대상이 없다는 것과 신청 예상 대학에 국립대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상명대 본·분교가 모두 창조기반 선도대학 유형에 포함됐다는 점을 아울러 확인했다.

청와대 교문수석실은 25일 교육부로부터 이를 보고 받아 불용액 300억원 중 50억원은 불용처리하고 250억원을 대형 유형과 소형 유형에 배분해 소형 유형에 국립대 2곳을 추가 선정하도록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본·분교 동시 선정을 가로막았다. 수도권 2위였던 상명대 본교는 본·분교 동시 선택이 가로막힘에 따라 선정에 탈락하고 수도권 3위였던 이화여대가 포함된다. 이준식 부총리는 26일 당시 대학정책실장으로부터 이를 전달 받아 이화여대를 비롯한 3개 대학을 추가 선정하도록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부총리를 비롯해 당시 대학정책실장 역시 상명대 본교 탈락 시 이화여대가 선정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감사원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교문수석실에서 시작된 부당 개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 실무자들은 2016년 4월 25일 PRIME 사업 2단계 대면평가 결과를 교문수석실에 보고할 때 상명대 본·분교 중 어느 쪽을 선정할 것인지 논의했다. 그러면서 교문수석실에서 정원조정 규모 등 구조조정 효과와 차순위 대학과의 점수차를 고려해 하나를 선정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부총리는 공고된 기본계획에 따르면 상명대 본교와 분교를 모두 선정해야 하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정원 이동량이 많은 상명대 분교만 선정하는 게 교문수석실 의견이라는 실무자들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실무자들은 상명대 본교 탈락 시 이화여대가 선정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교문수석실 의견이 없었다면 상명대 본·분교를 모두 선정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감사원은 이는 본교와 분교를 분리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한 기본계획의 선정 방식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선정평가 결과 대학별 평가점수가 나온 뒤 특정 대학이 선정 또는 탈락되게 결정하고 이를 사업관리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하도록 하는 방식은 관리위원회에 부당 개입해 재원과 지원대학 선정의 최종심의권을 유명무실하게 함으로써 PRIME 사업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자 이준식 부총리는 “사업 관리를 맡고 있는 장관의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여겼다”며 “이화여대만 선정된 게 아니라 다른 2개 국립대도 함께 선정돼 이화여대를 위한 특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PRIME 사업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이화여대 사태의 발단이 된 평생교육단과대학(평단)사업에서도 교문수석실 지시로 대학 선정 과정에서 사업을 재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8개 대학을 선정하기로 했던 교육부는 신청이 저조하자 수도권 3개 대학과 권역별 4개 대학 등 7개를 선정을 확정하고 3개 후보 대학 선정 여부를 검토 중이었다.

교문수석실은 4월 7일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은 뒤 14일 주요대학 참여가 부족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며 사업 재설계와 재공고를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문수석실 요청에 따라 당초 평단사업 목적이 주요대학 참여가 아니었음에도 이화여대 등 7개 주요대학에 직접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연락해 평단사업 참여를 종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가 참여를 꺼리자 교육부는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을 참여시키기 위해 선정이 확실시됐던 7개 대학 가운데 1개 대학을 제외한 6개 대학만 선정하는 한편 사업내용에 포함됐던 이화여대가 불리했던 정원과 전임교원 관련 평가기준을 완화해 공고했다. 이와 함께 사업관리위원회에서 논의되도록 하기 위해 당초 기본계획에는 없었던 안건을 사업관리위원회 개최 전날 안건으로 올리도록 개입했다. 이 결과 사업관리위원회는 당초 기본계획대로 선정한 대학 6개를 확정하는 한편 이화여대 등 2개 대학을 추가 선정할 수 있었다.

감사원은 교문수석실 요청에 따라 교육부가 사업을 재공고하면서 이화여대를 직접 방문하고 이화여대가 참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시한 기준을 완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화여대가 추가 선정 됐다는 점은 교육부가 이화여대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특검에 수사 참고자료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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