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아닐 때 대학생 목소리 담을 일상정치 창구가 절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이 대학생의 정치참여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정당가입을 비롯한 정치참여를 금지하고 기타 정치활동을 폭넓게 금지했던 조항을 완전히 없앴다. 이 대학 학생처장은 이사회 회의에서 해당 조항이 만들어졌던 배경이 바뀐데다 학생 간 해당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어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학생들은 이제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거나 5월 9일로 다가온 이른바 ‘장미대선’에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는 쉽지 않다. 여전히 상당수 대학이 이른바 ‘학도호국단’ 시절의 낡은 학칙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개선할 방안도 뚜렷히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칙을 심의해 개선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이명박정부 시절 스스로 없앴고, 대학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각종 정부단체의 개선 권고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활발하게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할 통로는 정당이다. 기성 정당들은 모두 대학생위원회를 운영했거나 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대학생위원회를 다시 정비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확대 모집해 선거를 치를 채비를 갖췄다. 전국적으로 약 130명이 활동하고 있고 17개 시도당 위원장을 두고 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성민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장(29)은 “정당 내 각종 회의에도 들어가 의견을 내고 안건을 조정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권한이 많이 확대됐다”며 “최근 20여 개 대학 학생대표를 만나 간담회를 열고 대학생 정책을 평상시에도 논의할 수 있는 소통특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과거 대학생 정치참여는 캠프 관계자들과의 학연과 지연, 혈연 등으로 이뤄져 장벽이 높았다. 이런 부분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왔다. 지금은 정권교체를 위해 대학생위원회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목소리를 내야 정당이 건강해지고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걸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거철마다 지적되는 20대 투표율 문제에 대해선 낙관적인 입장을 전했다. 고 위원장은 “지금까지 20대 투표율이 낮았던 배경엔 정당에 대한 혐오도 있었다. 이번 대선은 다당제이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 20대 투표율이 올라 대통령을 직접 교체하고 이에 대한 효과를 누린다면 다음 총선까지도 높은 투표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외에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도 대학생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대학생의 정치참여를 위한 조직이다. 대학생 목소리를 정당에 전달하고 정당의 정책을 바꾸는 게 이들 조직의 목표다.

오래전부터 청년정치조직을 운영해온 정의당은 대학생위원회보다 확대된 청년학생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조직은 청년학생위원회 산하 대학생 연석회의가 있다. 각 대학 조직을 포함해 약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유한균 대학생 연석회의 의장(25)은 “대학생 연석회의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정당을 홍보하고 정당의 정책사업을 진행한다. 대학 내 강연이나 진보·인권 이슈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연석회의는 정의당 내에서 일종의 정책조직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한균 의장은 “정당 공약에 최대한 대학생 공약을 포함하려 노력한다. 정당 내 그룹으로서 청년공약, 대학생 공약을 설계하는데 최근 실제로 당의 대선후보인 심상정 대표의 청년정책 설계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정당 내 대학생 조직의 어려움은 이들을 바라보는 기성 정치권의 시선에 있다. 대학생 조직을 선거유세에 동원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유한균 의장은 “선거기간에 유세동원은 이해할 수 있다. 선거라는 이벤트 자체가 정당에 매우 중요하고 특수한 상황이 아닌가. 다만 평상시에 대학생 정책조직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청년과 대학생의 목소리가 민주적으로 정당 내에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일상정치의 창구마련이 첫 번째 과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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