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평가형 적용·운영 힘들어…‘평가의 신뢰성’ 획득 관건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최근 고용노동부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국가역량체계(NQF) 도입과 연계해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검정형 자격제도와 병행해 시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대학가 일각에서는 과정평가형 자격제도의 적용상의 어려운 점을 언급하며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마다 늘어가는 ‘과정평가형’ = 고용부는 2014년 11월 NCS 기반의 새로운 국가기술자격 검정방식을 도입했다.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다. 앞서 같은 해 5월에는 ‘과정평가형 자격’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기술자격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과정평가형 자격의 기본 취지는 정부에서 지정한 NCS 기반의 직업교육·훈련을 충실히 받은 사람이라면 자격증 취득을 위한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력, 경력 등 응시요건만 충족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던 기존 검정형 자격과 달리 과정평가형 자격은 정해진 NCS 기반의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해야만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고용부에서 인증한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해당 과정을 이수하면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를 거치게 된다. 평가 결과는 1:1로 반영되며 평균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필기, 실기 각각 평균 60점 이상이어야 하는 검정형 자격보다 합격기준이 높은 편이다.

과정평가형 자격종목은 △2015년 15개 △2016년 30개 △2017년 61개 등으로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50개를 추가해 100개 이상의 자격종목을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전문대학을 비롯한 직업교육·훈련기관들은 하나둘씩 과정평가형 자격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 △전문대학 16개 기관 31개 과정 △폴리텍대학 15개 기관 22개 과정 △직업훈련기관(일반대학 평생교육원 포함) 149개 240개 과정 등이 운영 중이다.

■전문대학가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 있어” = 전문대학이 직업훈련기관들에 비해 참여도가 낮은 것은 고등직업교육이라는 전문대학의 특성상 과정평가형 자격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전문대학 교수는 “과정평가형 자격 교육과정은 100% NCS 능력단위 요소와 수행준거를 활용해 교육, 평가해야 한다. 교육이 아닌 훈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셈”이라며 “정해진 틀에서 한다면 기능인만 키워내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제도 자체를 맹목적으로 따라가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과정 이수 시간이 긴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자격증 하나를 따기 위해서는 600~800시간의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이수하려면 1년 남짓 걸린다.

B전문대학 교수는 “가뜩이나 수업연한이 짧은 전문대학에서 자격증 하나를 따는 데 600~800시간을 쏟으라 하니 교육과정 설계부터 어려움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외의 다른 교육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600~800시간에 이르는 해당 과정을 이수하고도 불합격된 경우다. 현행법상 이런 경우에는 2년 이내에 한해 한 번 더 외부평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합격하게 되면 해당 과정을 이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다른 C전문대학 교수는 “과정평가형 자격을 따기 위해 대학에서 해당 과정을 700시간 들여 이수했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고 하지만 두 번 다 떨어지게 되면 그 과정을 듣기 위해 다시 대학을 다녀야 하는 건가. 그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이 부분은 법령 개정사항”이라며 “한번 해당 과정을 이수했으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과정이수형’ =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정이수형 자격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학위-자격-일 경험 등이 등가성을 이루는 NQF와의 연계를 생각해볼 때도 과정이수형 자격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과정이수형 자격이란 NCS 기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과정이수형 자격으로 가는 데도 걸림돌은 있다. 쟁점은 평가의 신뢰성이다. 과정이수형 자격의 경우 100% 내부평가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평가의 신뢰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실제 처음 신자격 제도가 추진될 때 이런 논란이 있었다. 과정이수형 자격제도가 먼저 거론됐으나 입법과정에서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바뀐 것이다. 이수만으로 자격을 인정하기 힘들며 자격 남발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는 당시 국회의 지적에는 내부평가자에 대한 불신이 내포돼 있다.

D전문대학 교수는 “학점도 처음에는 학교마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신뢰성을 확보했지만 이후 학점 인플레가 일어났다. 과정이수형 자격이 실시돼 내부평가를 하게 되면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정이수형 자격을 찬성하는 이들은 해외 사례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E전문대학 교수는 “호주와 영국은 잘 가르치는 법과 잘 평가하는 법을 국가자격으로 만들어놓고 교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 자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며 “국가는 교원이 가르치는 수업의 질과 평가 결과를 신뢰, NQF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인정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훈련기관에 대해서도 교육부나 관계기관이 철저한 질 관리를 하면 된다”며 “그렇게 인증받은 기관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그대로 인정받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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