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이미정·서울대 황철성 공동연구팀

▲ 왼쪽부터 연구책임자 이미정 국민대 교수(신소재공학), 황철성 서울대 교수(재료공학), 제1공동저자 조안재, 서영대 국민대 대학원생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실 형태로 짜서 만드는 전자옷감 메모리를 국내 연구팀이 개발했다. 전기가 없어도 옷감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입는 이동식저장장치(USB)로 활용될 수 있다. 종전에 나온 전자옷감과 달리 베틀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며, 세탁 후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스마트 시계, 증강현실(VR) 안경 등 웨어러블(Wareable) 기기의 착용감을 높이는 등 기술을 혁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연구재단은 26일 이미정 국민대 교수(신소재공학), 황철성 서울대 교수(재료공학) 공동연구팀이 저항변화메모리 소자를 옷감 형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알루미늄을 입힌 실과 탄소 섬유를 이용해 옷감 형태를 구현했다. 이 옷감은 전기가 없어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저항변화메모리 특성을 갖는다. 전자기기의 기존 주기억장치로 활용되는 임의 접근 기억장치(램, RAM)가 전기가 끊어지면 정보가 휘발돼 사라지는 것과 다르다.

이번 전자옷감은 저항변화메모리의 일종인 저항메모리(RRAM)로 만들어졌다. RRAM은 현재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되는 램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메모리로서 연구돼 왔다. 현행 디램(DRAM)과 플래시(FLASH) 메모리는 단위가 되는 반도체 소자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한다. 반도체 소자는 전기 신호에 따라 변화하는 저항을 이용, 0과 1로 신호 변환해 정보를 저장한다(저항변화). 트랜지스터는 3개의 다리(단자)를 갖는다. 메모리는 반도체소자가 작아질수록 저장 공간도 늘어난다. 7나노미터 이하로 트랜지스터 소자를 줄이는 것은 물리적,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게 학계 전망이다.

RRAM은 간단한 구조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금속과 금속 사이에 산화물, 고분자 박막을 넣는 2단자 구조다. 박막은 비휘발성이므로 휘발성인 기존 램과 달리 전류가 끊어져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정보를 쓰는(저장하는) 속도가 FLASH보다 10만 배 이상 빠르다. 구조가 간단해 생산단가가 DRAM보다 낮아질 수 있다. 다른 저항변화메모리인 상변화 램(PRAM), 자기저항 램(MRAM)이 특정 물질에서만 구현해 낼 수 있는 것과 달리, RRAM은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 때문에 IBM, 퀄콤 등에서는 인간 뇌의 구조를 모방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뉴로모르픽(Neuromorphic) 컴퓨터의 반도체 소자로 RRAM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 연구팀은 일반 실, 메모리소자용 실을 이용해 일반 베틀로 전자옷감을 제작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은 3층 박막형 구조를 2층 직물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착용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RRAM을 구현하기 위해 플라스틱 판 위에 집적회로를 올리고, 다시 직물로 감싸는 형태였다. 연구팀의 성과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사이의 저항변화 특성을 발견함으로서 가능했다. 별도의 저항 변화층(박막)이 없이 알루미늄이 코팅된 실과 탄소섬유가 붙기만 해도 저항변화 특성이 나타난 것이다. 또 나노 단위보다 훨씬 두꺼운 일반 실의 두께인 수백 마이크로에서 수 밀리미터까지 동작한다는 것도 재료 분석을 통해 원리를 밝혔다.

이 전자옷감을 만드는 데는 전문 기구가 필요하지 않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늘, 베틀과 같은 간단한 기구로도 옷감을 짤 수 있다. 연구팀은 또 옷의 뒤틀림, 구부러짐 및 세탁 등 물리적 저항에도 전자옷감이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도 보였다. 이미정 교수는 “고가의 복잡한 반도체 제작 장비 없이 기존 섬유산업에서 사용하던 기기를 그대로 활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융합연구선도연구센터(CRC))과 글로벌연구실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월 28일자에 게재됐다.

▲ 연구팀은 3x3 또는 10x10 형태로 직조했을 때 전자옷감의 특성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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