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근 한양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는 교육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학입시가 초ㆍ중ㆍ고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학생과 학부모에겐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미래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모든 수험생은 각자의 적성이나 인생관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일단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 매우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도 자식을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라면 무리해서라도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입시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수능정책과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들이 입시전형을 운영함에 있어 과도한 점수경쟁이 아닌 수험생들의 잠재력과 고교 활동 등을 평가해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고교 현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또 다른 문제점들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대학은 영어로 university라 하며 이는 매우 다양한 사람과 분야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세계를 말한다. 따라서 각 대학 또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기초학업 능력이 모두 다르므로 여러 평가방법과 평가요소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나 정부는 입시전형이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입시전형을 단순화해 시행 개수를 수시 4개, 정시 2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대학진학 후 필요한 학생들의 기초학업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입학처장,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입학지원실장 등 대학입시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험생들을 바라봐왔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매우 힘든 고생이 과연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가 고민도 하고 이를 고쳐 보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여러 해 동안 대학입시 세계에 있으면서 과연 바람직한 대학입시 정책이 무엇인가 고민도 많이 했다. 대학입시에서는 정해진 인원을 선발하다 보니 어떠한 정책을 시행한다 해도 이익을 보는 학생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학생이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어떠한 대학입시 정책을 시행한들 소위 명문대 일류학과 정원이 정해진 이상 서로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하고자 경쟁하는 것은 없어질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대학입시 내에서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대학입시 밖에서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대학입시 밖에서의 문제점은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특히 학부과정의 지나친 서열화가 문제다. 모든 대학을 평준화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은 철저하게 서열화시키되 현재의 지나친 학부과정 서열화는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한다. 학부과정에서는 철저하게 교육중심으로 운영해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면 많은 학생이 그 대학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학원 과정은 연구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학원입시에서 학부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을 선발하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소수의 연구실적이 좋은 대학에 고교생들이 진학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많은 대학에 진학하게 하면 어떨까 한다.

학부의 서열화 문제 해결 없이는 대학입시가 갖고 있는 문제의 원천적 해결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아닌 대학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할 수 있는 많은 대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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