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시수 절반만 인정, 반박 당하는 걸 꺼려하는 문화도

제도적 보완과 수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교수님 두 분이 한 주씩 맡아서 수업을 하신 적은 있지만 두 분이 함께 들어오신 적은 없어요.” 

여러 교수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생각을 확장하는 팀티칭 교수법이 제도적 한계에 봉착해 현실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래 1950년대 미국에서 유능한 교사와 경험이 부족한 교사를 짝지어 교사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작된 팀티칭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면서 점차 확산됐다.

1인 중심의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니라 복수의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은 기본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토론식 수업이 진행된다. 하나의 수업을 함께 계획하고 평가함에 따라 수업 준비와 진행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다. 아울러 학생들은 여러 교수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습득할 수 있어 학습 능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하와이대에서 팀티칭 수업을 경험한 교육과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교수 2명이 들어와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학생들도 여러 종류의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열어주는 수업 방식이었다"며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화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팀티칭 수업은 개설돼 있으나 해외 선진 사례처럼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 실정이다. 15주 수업 팀티칭을 하면 8주는 A교수가, 7주는 B교수가 각자 맡아서 수업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팀티칭 수업의 개념 자체가 모호한 상태다. A대 학생은 “예전에 교수님 두 분이 수업에 교대로 들어온 적이 있는데 같이 들어온 적은 없다”며 “팀티칭이란게 두 분이 동시에 들어오는 걸 뜻하는 거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교수들은 팀티칭을 하기에는 국내 제도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2명의 교수가 3학점짜리 1개 수업을 맡을 경우 1명의 교수에게 1.5학점만 부여된다. 팀티칭을 하면서 주어진 강의시수를 채우려면 과목을 더 늘려야 한다. 

A대 교수는 “처음 팀티칭을 할땐 의욕적으로 여러 교수들과 시작을 해봤었는데 교수가 생각보다 해야 될 일이 많아서 갈수록 지치는 경우가 있다”며 “팀티칭을 하게 돼도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임교원이 아닌 강사의 경우 강의료가 절반만 지급되기도 한다. 이혜정 소장은 “2012년에 서울대에서 팀티칭을 했는데 나랑 같이 하던 분이 강의료를 절반밖에 못 받았다”며 “나머지 절반을 내 사비로 드린 적도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교수가 강단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국내 교육 특성상 학생 앞에서 반박을 당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대 교수는 “학생들 앞에서 다른 교수로부터 내 의견이 반박당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게 아니다”며 “교육방법에서는 혁신적일지 몰라도 싫어하는 교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혜정 소장은 “교수가 질문을 받고 공격을 당하고 그에 대한 또 다른 반박이 이뤄지면 학생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수도 수업이 재밌어질 수 있다”며 “교수가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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