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IOT 등 신기술 집합…학생들 만족도 높아

전문가들 “수요 등 다변화…따라갈 수밖에 없는 기류”

“대학 도서관 정체성 잃지 말고, 균형 잡아야” 지적도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가상과 실제가 합쳐져 하나의 현실이 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광풍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다. 학문 공동체의 상징인 대학도 이러한 시대 흐름을 비켜갈 순 없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디지털화(Digitization) 등 산업혁명 기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곳이 있다. 대학 도서관이다. 현재 대부분 대학은 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융합·창의·창업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선전하고 있다.

▲ 청주대 중앙도서관 내부

■ 모든 시설 전자화…시끄러운 도서관도 OK= 최근 청주대는 IT를 기반으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도서관 리모델링을 마쳤다. 1층에는 160대가 넘는 최신 컴퓨터를 갖춘 ‘정보검색라운지’를 설치했다. 800석이 넘는 열람실에는 LED 조명과 스마트폰 충전 장치를 갖췄고, 스마트폰을 통해 열람실 좌석 예약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열쇠나 자물쇠로 통용되던 사물함도 전자식으로 탈바꿈했다. 도서관 직원이 바코드를 찍어 도서를 대여해주던 일도 구식이 됐다. 365일 자유롭게 도서 대출·반납이 가능한 ‘무인 자동화’ 시스템도 갖췄다. 매일 아침 종이신문이 비치되는 일도 없다. 전자 키오스크(Kiosk)를 통해 국내 주요 신문과 영어 신문을 읽을 수 있는 'E-뉴스페이퍼‘가 설치돼 지난 신문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편의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 디지털 보드’도 설치돼있어 학내 공지사항이나 열람 좌석 현황, 길 찾기 등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도 도서관 정보를 볼 수 있는 라이브러리 보드가 설치돼 있고 신작,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등 도서 정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시스템도 마련됐다.

이외에도 그룹 스터디룸, 멀티미디어감상실, 시네마룸이 갖춰져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3개 국어로 꾸며진 글로벌 스터디 라운지, 글로벌 인포(Info) 등 외국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했다.

김성수 청주대 중앙도서관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은 “시설이 좋아지니 학생들 반응도 좋고, 도서관을 찾는 학생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의 대학 도서관은 휴게·문화기능을 접목 시켜야 된다. 미국과 일본 내 유수 대학 도서관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운대도 지난달 ‘전자태그 시스템’을 도입해 도서관 출입부터 공간 예약, 대출·반납을 자동화했다. 인포메이션 보드를 설치해 건물과 도서에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제공 자료들도 디지털화 했다.

기존 도서관의 상식을 깬 대학도 있다. 한양대는 ‘정숙’만을 강조하던 도서관 문화에서 벗어나 IT를 기반으로 한 ‘시끄럽고 분주한 도서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독서 공간을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도서관 지하층에는 유대인 교육법인 일명 ‘다자간 토론’이 가능한 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멀티미디어 사용공간과 ‘크리에이티브 존(Creative Zone)’을 만들어 창업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도 들어선다.

엄익상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관장은 “미래형 도서관은 학생들이 공간을 활용하며 적극적인 인적교류가 가능하고,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올해 6월까지 공간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도서관 내 공간 재배치에 나섰다. 고려대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들어갔다. 중앙광장 지하 열람실 일부 공간을 ‘크리에이터 라이브러리(Creator Library)’로 이름 붙이고 1인 방송과 영상·음악 편집도 가능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도서관과 학술정보관 사이 ‘창의 공간’을 준비 중이다. 3차원 프린터와 스캐너 등을 설치해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시제품을 직접 제작해볼 수 있도록 하고,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 프로그램 참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 대학 도서관 다변화 ‘불가피한 일’= 대학 도서관이 IT 기술과 접목되고, 학습 공간에서 문화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기류에 대해 전문가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문의 다양화, 수요자 성향 변화 등으로 대학 도서관이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학문의 중요성이 커졌고, 대학 도서관은 학제 융합의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 중론이다. 정재영 서강대 수서 정리 부장은 “융합학문의 핵심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에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해줘야 한다”며 “도서관이 이를 위한 학내 유일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최첨단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선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 도서관이기에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성수 청주대 중앙도서관 관장은 “지식 집합체인 도서관은 시대 상황과 밀접하기에 IT 기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고 밝혔다.

대학 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그 중추가 도서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자료의 디지털화, 온라인 강의 대세론 등으로 대학 시설 자체가 학문적 공간보다 문화시설로 변하는 기점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엄익상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관장은 “2014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무크(MOOC) 등 온라인 강의 보급 급속화로 100년 후 대학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지식이 디지털화되면 대학은 학생들이 편하게 와서 ‘인적교류’ 정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중심에 도서관이 있고, 한국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수요자 성향 변화도 도서관이 문화시설로 바뀌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재영 부장은 “대부분 학생이 조용한 도서관보다 약간의 소음이 존재하고, 정숙보단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북 카페 등을 선호한다. 대학 도서관도 학생 유입을 생각해 이런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첨단 시설만을 추구하는 대학 도서관의 변화에 우려를 표하며 “공간 확장과 전자식 자료에만 매몰되다 보면 대학 도서관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결국 균형을 잃을 수 있다”며 “학문적 성격을 기저에 두고 시설 변화를 이루는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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