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확대 시행 …창업 반기는 분위기, 지원 뒷받침돼야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학업과 창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휴학제도가 있다. 최대 2년간 학생이 창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그 후에 학업을 이어가도록 하는 ‘창업휴학제’다.

창업은 치솟는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꾸준히 각광받아 왔다.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에 비해 긍정적인 편이지만 여전히 현실화되는 아이디어는 제도적 지원만큼 폭발적이진 않다. 창업휴학을 통해 대학가 학생 창업 실태를 알아봤다.

■창업휴학 실시대학 2015년 48.2%로 확대…창업기업도 늘어나= 교육부는 지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과 부처 간 협업으로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창업 친화적인 학사제도로 창업휴학제를 비롯해 창업대체학점인정제, 창업학점교류제가 도입됐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의 ‘2015년도 대학 창업 인프라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도 1개 대학이 실시하는 것에 불과했던 창업휴학제도가 2015년에는 200개 대학으로 확대돼 전국 대학의 48.2%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휴학제를 이용하는 학생도 4년 새 1명에서 160명으로 늘어났다. 이용기간은 평균 4.2학기였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최대 4학기, 즉 2년의 창업휴학 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휴학제도 확대와 함께 학생창업기업의 수도 증가했다. 학생창업기업은 2012년도 377개에서 2014년 637개로 대폭 늘어났다. 학생창업기업 업종은 지식서비스업(49.5%), 제조업(38.6%), 기타업종(11.9%) 순이었다.

2016년에도 교육부는 창업휴학제 도입대학 230개교를 목표로 창업 친화적인 대학 분위기를 구축하고자 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창업지원 성과를 사후 평가해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공시지표포털 대학알리미 ‘2016 학생창업 및 창업지원 현황’에 따르면 학생창업자 수 최다 대학은 한양대(본교)로 25명, 그 뒤로 덕성여대, 울산대(24명), 국민대(22명) 순이었다.

학생창업기업 매출액 최대를 기록한 대학은 서울시립대였다. 2016년 이 대학 5개의 학생창업기업 중 4군데서 10억원 이상의 실질 이익 매출이 발생했다.

■대학가 창업현황 “창업휴학은 최후의 보루” “수치로만 활성화 판단 말라”=이처럼 지표를 통해 본 학내 창업 분위기는 순풍을 타고 있었다. 실제로도 창업휴학제도 도입과 창업 활성화의 상관관계가 성립할까.

다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창업휴학이 학생들이 쓰는 ‘최후의 보루’라고 언급했다. 창업휴학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이미 창업을 막 시작한 상태거나 사업자등록증,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지 못한 학생들은 일반 휴학을 택한다. 일반 휴학을 다 쓰고서도 창업을 위한 기간이 더 필요하다면 2년간의 창업휴학제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최성안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장은 “창업센터에 입주한 재학생은 11명인데 그중 휴학하는 학생은 절반 정도다. 처음부터 휴학하며 창업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창업휴학 하면 졸업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대부분 학업과 병행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창업교육센터 담당자는 “창업휴학을 하는 학생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로는 학내 창업 활성화를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사립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창업휴학을 할 정도의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창업에 대한 열의와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대학 내 창업을 바라보는 분위기, 환경적 발판, 학교와 교수의 지원 등이 맞물려 실질적으로 창업이 활성화된다. 단순히 창업휴학 학생 수나 학생창업기업 성과 수치의 높고 낮음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결정적으로 취업이냐 창업이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퀄리티 높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휴학을 하고 사업화 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의 몫”이라며 “창업은 시간도 많이 쏟아야 하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창업휴학을 이용해도 기간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하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창업휴학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학생마다의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국대는 지난 2014년도 1학기부터 창업휴학제를 도입해 2016년까지 총 53명의 학생이 창업휴학제를 이용했다. 휴학기간이 끝난 후 남아있는 학업 부담에 대해 묻자 동국대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학생들이 휴학 2년 동안 몰입해서 사업화를 해보기 때문에 학교로 복귀했을 때는 사업이 안정된 상태다. 학업병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창업휴학을 할 때도 허가 조건이 있기 때문에 정말 창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사용한다. 그만큼 각오하고 실행한다”고 말했다.

최성안 센터장은 창업휴학제의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창업휴학제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최 센터장은 “학생들이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올인할 수 있다. 설령 창업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고 말했다.

창업휴학의 걸림돌로는 여전히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영향을 꼽았다. 그는 “휴학을 하려고 해도 가족이 반대하기도 한다. 창업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업휴학이라는 제도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 센터장은 “창업을 하는 학생들은 대단하다. 2년이란 기간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창업에 성공하는 학생들은 그 시간 안에 집중력을 가지고 몰두한다”며 “창업성공에 정답은 없다. 교수들이 멘토로 나서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도와 적극적으로 창업의 어려운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또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들은 용기 있게 나서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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