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숙 (본지 논설위원/ 사이버한국외대 일본어학부 교수(입학학생처장))

한국과 일본의 근대화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해외 유학파들이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유학생들과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을 대거 서양으로 보내 근대 문물을 적극적으로 유입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자국 내 기업들의 내향성 체질과 사토리 세대로 인해 해외 유학생이 급격히 감소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도 사절단과 해외 유학생들을 통해 근대화를 이뤘다는 점에서는 일본과 공통적이나 해외유학생의 급격한 감소는 취업 때문이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차이는 물적 자원이건 인적자원이건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린다. 몽골에서는 ‘우리는 황금 덩어리를 방바닥에 깔고 살면서도 가난하게 살고 있다’란 개탄의 소리가 들린다. 몽골은 땅속에 무궁무진하게 매장돼 있는 동, 석탄, 희귀 금속 등을 중국과 러시아에 헐값으로 내다팔고 있으며, 한국은 외국에서 공부한 우수한 두뇌들을 국내에서 흡수하지 못해 해외에 눌러앉아 값싼 노동력으로 그 나라에 ‘봉사’를 시키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반면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정부는 지난 1980년대부터 우수한 젊은이들을 영국·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보내 그곳에서 경영기법과 과학기술 등을 습득토록 하고 귀국한 이들을 수년 동안 변방으로 ‘하방’시켰다. 이들은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첨단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등 활약을 했다. 바로 이들이 오늘날 중국의 지도자그룹으로 성장해 세계질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강한 중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유학생 출신인 덩샤오핑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업화에 성공해 세계 경제규모 20위권 안에 진입한 모범국 가운데 하나였다. 이는 시대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한 우리 교육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시에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그만큼 우리 교육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쏟아져 나갔던 해외유학생들이 최근에 공부를 마치고 글로벌 인재가 돼 국내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국내에서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해 가르친 자식들이 고작 임시직이거나 실업자 신세라면 한 가정의 손실일 뿐만이 아니라 국가 인적자원의 유실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이들을 받아내고 소화할 고용 기반이 갖춰져 있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시대 고용구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G7 선진국이나 중국·인도 등 신흥 성장국가들은 글로벌 시대와 더불어 지식기반의 정보통신기술 사회로 진입한 21세기형 산업사회에서 생존의 일환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지역 전문가와 고도의 독창적 기술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는 산업구조로의 개편이 목하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 방황하고 국내에 들어와서도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 인재들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것인지는 국가의 미래 생존전략과도 직결돼 있다. 글로벌 시대와 정보통신 산업사회에는 고도의 독창적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형 기업들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승부를 내는 구조이다. 이런 환경에 적합하게 훈련돼 있는 이들이 바로 해외 유학파 인재들이다.

이들을 국가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첨단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한 이들을 투입해서 대기업보다 나은 강소(强小)기업이 되도록 유도해야 하며 이들 인재들에게는 정부 차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대기업보다 나은 대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둘째, 글로벌 경영에 적합한 인재들에게는 미개척시장인 러시아·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지의 무역전문가로 육성시켜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자 임무를 맡겨봄직하다. 셋째,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을 기존의 관료적인 시스템에서 실용적이고 현장밀착형으로 전면 개편해 해외유학 출신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연구기반과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산업현장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 대한민국은 운명적으로 해외무역으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통상 국가이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고갈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면 살아갈 길이 없다. 앞으로 젊은 해외 유학 출신 두뇌들이 우리 미래의 한 축을 떠맡아 갈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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